계용묵 만큼 돼지를 혹평한 사람도 드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의 글을 한 대목 옮겨보면 실감난다. “지혜라고는 조금도 없는 것 같은 짐승이 돼지다. 어느 모로 보나 둔하게만 생겨먹었다. 목이 그렇게 굵어가지고 마음이 곧을 리 없고, 꼬리가 그렇게 짧아가지고 영리할 리 없다. 게다가 그 비게 덩어리로만 찬 뚱뚱한 몸집은 비위(脾胃) 주머니일 것만 같고 길다란 속눈썹 밑에서 한가롭게 꺼벅시기만 하는 초리 길게 뻗은 그 길죽한 눈은 아무리 보아도 흉물스럽다.”
생김새만 보면 확실히 그렇다. 미련하고 욕심많은 사람을 일컬어 “돼지”라고 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새끼 돼지는 사랑을 받는다. 돼지해에는 인기의 절정을 누리기도 한다. 옛날엔 임금이 `돼지주머니’를 신하들에게 하사하기도 했다. 그 주머니 속엔 태운 곡식을 넣었다. 그 해의 풍년을 비는 뜻에서였다. 그러고 보면 생김새만 갖고 평가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구미에서 돼지머리를 무허가로 가공한 식품업자가 덜미를 잡혔다. 사골을 불법 유통시킨 업자도 경찰의 단속에 걸려 들었다. 위생과는 담쌓은 환경에서 돼지머리를 처리한 혐의다. 사골 제조업자는 제조일자와 제조장소를 허위로 표기해 가공, 포장해 유통시키다 걸려들었다. 지금은 불량 먹거리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시점이다. 알면서도 불량식품을 마구 만들어낸 배짱이 두둑한 것인지, 생각이 모자란 것인지 궁금해진다. 현답이 나올지 돼지에게 물어보자.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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