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울진군·의회
  • 김용언
오락가락 울진군·의회
  • 김용언
  • 승인 2013.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어령 씨의 `이것이 한국이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래서 드나드는 문을 놓고도 나가는 것이냐, 들어오는 것이냐의 한 개념만 택하려 든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한쪽으로만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빼닫이’란 말에서 보듯 우리의 슬기는 인생을 오는 것도 아니요, 가는 것도 아닌 오락가락하는 양면성으로 바라본 데 있는지도 모른다.”
 `반쪽 장마’소리를 듣고 있는 올여름 장마는 또다른 오락가락의 한 단면이다. 빗줄기도, 햇볕도 오락가락이다. 도무지 종잡기 어려운 모양새다. `오락가락’과 같은 뜻을 가진 말은 `왔다 갔다’다. 이를 `왔다리 갔다리’라고 일본어투로 말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소신없기는 마찬가지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면 재해를 일으키기 십상이고, 사람이 소신이 없으면 말썽만 나게 마련이다.

 울진군과 울진군의회가 바로 그렇다. 울진군이 특정인의 돼지농장을 매입하겠다고 추경예산안에 33억원을 올리자 울진군의회는 단칼에 잘라버렸다. 문제는 이렇게 무 자르듯 했던 결정을 울진군의회가 뒤집은 데서 불거지고 말았다. 삭감한 예산을 되살리라는 일부 주민들의 항의에 못 이겼음인지 5억원만 예산에 반영키로 했다는 보도다. 더구나 삭감된 예산안은 울진군의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었으니 뭐가 뭔지 알기 어려울 지경이다. 죽은 예산안도 되살리는 권능을 지닌 울진군의회가 새삼 기이하게만 보인다.
 초등학교 시절 배운 `팔려가는 당나귀’가 생각난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다. 당나귀의 주인 부자는 나귀를 장대에 꿰어 어깨에 메고 가느라 또한번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당나귀 주인이 겪은 고초는 자업자득이었다. 남들이 한마디 하는 대로 이리 저리 휘둘리다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게 된 것은  오로지 `무소신’의 결과였다. 울진군과  울진군의회의 처사는 `무소신’인지 `양면성’인지 헷갈린다.  김용언/ 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