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을 `해외정보원’으로 하자는 통진당
  • 한동윤
국정원을 `해외정보원’으로 하자는 통진당
  • 한동윤
  • 승인 201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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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명 국내 고정간첩은 누가 잡으라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된
 전력 있는 정치인의 국정원법
 개정안 발의 신중해야”
 

 북한 김정은 정권이 국가정보원 해체에 목을 매고 있다. 지난 일주일 간 북한이 로동신문·조선중앙통신·우리민족끼리 등을 통해 쏟아낸 `국정원 해체’ 성명·논평·기사만 24건이다. 8월 5일 `독재시대를 되살리는 악의 소굴’이라는 로동신문 기사는 “중앙정보부는 말 그대로 살인마와 악귀들의 소굴이었으며 정의와 애국을 말살하고 진보와 통일을 가로막은 독재통치의 총본산이었다. 그 후신인 정보원은 중앙정보부를 능가하는 악(惡)의 소굴”이라고 선동했다. 조폭 같은 욕지거리다. 국정원이라는 존재가 김정은 정권에 `눈엣가시’라는 반증이다.
 북한이 악을 쓰며 “국정원 해체”를 주장하는 가운데 `통합진보당’이 국정원을 사실상 해체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병윤 통진당 원내대표가 7일 국가정보원을 `해외정보원’으로 개명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공개한 것이다. 통진당에 따르면 `해외정보원’으로 변경되는 국정원의 정보수집범위는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 등 국가안보에 관련한 해외정보에 한정된다. 국내활동을 완전히 없앤 것이다. 오 원내대표의 공동발의에 참여한 이상규 통진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안위를 위한 국내정치개입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정원의 셀프개혁으로는 민주적인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사실상 해체를 의미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진당이 발의함으로써 국가정보원과 악연(惡緣)을 쌓아온 통진당의 국정원에 대한 보복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다. 통진당 전신인 민노당이 간첩 사건에 연루될 때마다 당 간부들이 국정원에 연행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앙갚음이라는 것이다.
 국정원이 2006년 적발한 일심회 간첩 사건은 1987년 미국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된 재미 사업가 장민호(50·장 마이클)가 주범인 간첩 사건. 이 사건에 이정훈 민노당 중앙위원, 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현 통진당 정책실장) 등이 연루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일심회 활동의 상당 부분은 민노당 내부를 탐지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수집된 내용은 장민호를 통해 북 노동당 대외연락부(현 225국)로 흘러 들어 갔다.

 민노당 핵심 간부의 간첩사건 연루 때문에 민노당은 두 쪽이 났다. 노회찬, 심상정 등이 간첩 사건에 연루된 이정훈 중앙위원, 최기영 사무부총장 등의 제명을 요구했으나 민노당 주사파들이 이를 거부하자 “종북주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탈당해 진보신당을 만든 것이다. 지금의 통진당은 당시 일심회 연루자 제명에 반대한 세력들의 집단이다. 이들의 `국정원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2011년 국정원에 적발된 `왕재산’(북한에 있는 산 이름을 딴 조직)의 간첩 활동도 민노당 활동에 맞춰져 있다. 북한 노동당 225국이 6·2 지방선거 직후인 2010년 7월부터 작년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왕재산 총책 김덕용에게 지령문을 하달해 `남한 내 진보정당 통합’을 종용한 것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통합은 북한 노동당 225국 지령대로 실현됐다. 왕재산 주범들은 민노당과 민노총을 주요 포섭대상으로 삼았다.
 월남 패망 후, 그리고 동독 붕괴 후 월남 정부 대통령실 고문과, 야당 대통령 후보가 월맹의 간첩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서독 총리 브란트 보좌관으로 암약한 위장간첩 기욤이 동독 현역 육군 대위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는 “남한에 고정간첩 5만 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간첩을 잡는 데 소홀했다. 소홀했다기보다 잡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만약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해체하고, 통진당 주장대로 활동을 `해외정보수집’으로 제한하면 국내의 고정간첩은 길길이 뛸 것이다.
 국정원이 모든 조직과 인원을 해외로 돌리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끼어드는 고정간첩,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세력에 스며든 친북세력을 어떻게 감시, 적발할 수 있을까?
 국정원 개혁은 필요하다. 정치판을 기웃거린 습성이 남아 있다면 고쳐야 한다. 그러나 국정원 개혁과 국내기능 박탈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된 전력이 있는 정치인의 국정원법 개정안 발의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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