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안녕?! 오케스트라’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토닥토닥’ `쓰담쓰담’(쓰담어준다는 뜻의 의태어) 같은 느낌의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누군가 내 옆에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듯한 포근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따뜻한 느낌은 내 옆의 누군가를 똑같이 토닥이고 쓰다듬어 주고 싶게 한다.
`다문화’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 주제에 관해 무관심하다. 저마다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아픔까지 조심스럽게 헤아릴 감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꾸려진 오케스트라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그리 매력적인 영화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안녕?! 오케스트라’는 비단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소외나 차별, 외로움만을 담고 있지 않다. 이 영화는 우리가 스스로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며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 앞에서 그저 주저앉아 버리지는 말자고 다독여준다. 음악에 집중하고 사람들과 함께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움은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위로받는 사람은 이 오케스트라의 아이들만이 아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저마다 이유로 가슴에 품고 있는 응어리들을 어루만지며 서서히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
이 다큐멘터리가 리처드 용재 오닐이란 사람에게서 출발하지 않았다면, 영화는 이만큼 힘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듣는 사람의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을 만들어내는 세계적인 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의 존재는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주목하게 한다.
여기에 용재 오닐의 가슴 아픈 개인사가 겹쳐지면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의 교감이 특별한 화학작용을 이뤄낸다. 용재 오닐의 어머니는 장애를 가진 전쟁고아로 일찍이 미국에 입양됐다. 그곳에서 그는 어머니의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태어났고 미국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길러졌으며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 자라났다. 백인들만 사는 동네에서 장애인 엄마를 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동네 아이들에게 멸시와 놀림을 받았다.
아이들은 겉보기엔 그저 천진하고 밝아 보이지만, 어린 나이에 벌써 가슴 깊이 숨겨둔 아픔이 하나씩 있다. 부모 중 한쪽이 집을 나가고 한쪽은 세상을 떠나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길러지거나, 아버지의 폭력으로 부모가 이혼한 경우 등 집안의 문제도 문제이거니와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말 발음이 조금 어눌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을 당해 마음을 닫아버렸다.
이 아이들은 “괜찮아, 그건 너희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용재 오닐 선생님에게 금방 빠져든다. 그리고 아이들의 조건 없는 사랑은 용재 오닐의 얼굴에 함박웃음을 만들어낸다.
이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화음은 아직 미숙하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준다. 결국 `안녕?! 오케스트라’의 마지막 공연이 끝났을 때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함께 뜨거운 눈물을 쏟게 된다.
리처드 용재 오닐과 아이들의 가슴 뭉클한 1년의 시간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MBC와 꿈꾸는오아시스, 센미디어가 함께 제작했으며, 지난해 9월 MBC에서 4부작으로 방영돼 호평받았다. 극장판은 이철하 감독이 연출을 맡아 85분 분량으로 다듬었으며, 올해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일드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다.
28일 개봉. 전체관람가. 연합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