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상, 박재상~!”
싸이(본명 박재상·36·사진)의 이름을 목청껏 연호하던 관객들은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파도타기를 연출했다. 1-2층 관객의 파도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월드스타 싸이의 귀환에 관객은 뜨겁게 환호했다.
22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올나잇 스탠드 2013-달밤에 체조’ 공연에서다. 지난해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히트에 이어 지난 4월 `젠틀맨’을 발표하고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한 후 8개월 만의 국내 무대다.
“지금부터 미칠 준비 됐습니까? 젊은이(스탠딩석 관객), 1층, 2층 뛰어!”
싸이의 한 마디에 공연장은 예열 시간도 필요없이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엄동설한 웬말이냐, 용광로가 따로 없네’란 공연 홍보 문구처럼 관객들은 첫 곡부터 기립해 3시간 내내 뛰어올랐다. 이날의 드레스코드인 `산타’ 복장에 맞춰 산타 모자, 사슴뿔 머리띠를 한 관객들은 엄청난 물량의 폭죽과 조명이 쏟아지는 가운데 싸이의히트곡을 합창하고 춤을 췄다. 마치 대형 클럽을 옮겨놓은 듯했다.
이에 화답하듯 싸이도 에너지의 최대치를 끌어냈다. 특유의 과장된 춤사위와 파워풀한 목소리를 뿜어내며 시작부터 얼굴에 비 오듯 땀을 흘렸다. “분위기 끝내준다”, “여러분 멋있다”며 “정말 행복하다”고 감격했다.
`국제가수’, `딴따라’, `공연둥이’ 등의 수식어를 가진 싸이는 이날 약 20곡의 대표곡과 코믹한 캐릭터를 무기로 흥겨운 무대를 연출했다.
기대했던 신곡을 선보이진 않았지만 `연예인’, `라이트 나우’(Right Now), `나 이런 사람이야’,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 `챔피언’ 등 히트곡의 전주만 흘러도 관객들은 환호했다.
유튜브 센세이션을 일으킨 `강남스타일’과 `젠틀맨’ 때는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남녀노소 `말 춤’과 `시건방 춤’을 추며 뛰어올라 공연장 전체가 `쿵쿵’ 울릴 정도였다.
그는 `낙원’을 부르며 객석 곳곳을 누비고 와이어에 의지해 공연장을 날아 2층 관객과도 소통했다. `낙원’의 `떼창’이 이어지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감격하는 표정이었다.
2001년 데뷔해 올해로 13년차인 그는 공연 말미, 지난해 자신에게 일어난 비현실적인 일들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2년 전 ’어느 날 가수를 그만 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에 울어본 날도 있죠. 공연 못 하는 제 삶은 신체의 한 군데가 잘린 느낌이겠더라고요.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내려놓고 쓴 게 ’강남스타일`이었죠. 그런데 그 노래로 영화 ’트루먼 쇼`처럼 ’마돈나가 게스트 하러 오라` 하고 ’진짜?`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죠.”
이어 올해 초 발표한 `젠틀맨’에 대해 “나 답지 않은 노래였다”고 고백했다. “`젠틀맨’은 대중과 평단의 반응이 갈렸다”며 “`강남스타일’은 누구를 겨냥하지 않았는데 `젠틀맨’은 `외국인이 발음할 수 있을까’, 마치 언어학을 하듯 해외에 맞춰 만들었다. 지금 만드는 신곡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다운 `양끼’(속칭 `양아치 끼’) 있는 노래를 만들 것이다. 얻어걸리면 다시 가는 것이라 생각하니 좀 살 만하더라”고 그간의 부담을 털어놓았다.
뜨거운 박수 뒤에는 앙코르 무대가 장시간 계속됐다. 디제이로 등장한 그는 `땀과 음악 사이’란 제목으로 추억의 가요와 팝 메들리를 들려주며 관객들과 뒷풀이를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이정현의 `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등 추억의 명곡들이 쏟아지자 공연장은 다시 거대 노래방으로 바뀌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AP, AFP, 로이터, 신화통신 등 해외 매체들도 취재에 가세해 싸이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캐나다 출신 여성 팬 케이티(36) 씨는 “싸이를 직접 본다는 사실에 흥분됐다”며“그의 유머러스한 말을 이해 못해 안타깝지만 코믹한 캐릭터와 춤, 신나는 클럽 음악만으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시작된 이 공연은 오는 24일까지 총 5회 열려 6만 관객을 동원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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