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있는 두 사람… 서로가 서로를 힐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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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있는 두 사람… 서로가 서로를 힐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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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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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DVD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알콩달콩 로맨스를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영혼의 어느 부분이 결핍되거나 고장난 현대인들에게 `그래도 괜찮아’라고 어깨를 툭툭 토닥이는 영화다.
 패트릭(브래들리 쿠퍼)은 8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있다 나온 남자다. 그가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 건 아내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고 내연남을 죽도록 두들겨팼기 때문. 아내는 이미 떠난 지 오래고 법원의 접근금지명령까지 받았지만, 패트릭은 아내와의 재결합을 꿈꾸며 사는 곳을 알아내려 수소문한다.
 그러다 동네 친구 집에 초대받은 패트릭은 친구 아내의 여동생인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를 만나게 된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티파니는 패트릭을 까칠하게 대하면서도 급격한 관심을 보인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남편을 잃은 아픔을 잊기 위해 다니던 회사의 모든 동료와 관계를 맺다 해고당했다.
 패트릭은 티파니를 난잡한 여자라고 욕하면서도 그녀의 집 근처에서 조깅을 하는 등 자기도 모르게 끌린다. 묘한 관계가 지속되던 중 티파니는 패트릭에게 한 가지 협력을 제안한다. 패트릭의 아내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대신 댄스대회에 커플로 함께 나가자는 것. 제안을 받아들인 패트릭은 티파니와 매일 춤을 연습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로맨틱코미디의 상투성을 벗어나 신선한 충격을 준다.
 남자주인공이 정신병원에서 방금 나온 남자라는 설정은 로맨틱코미디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하는 이 주인공은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닌, 진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어이없는 행동들이 웃음을 자아내긴 하지만 절대 사랑스럽지는 않다. 여자주인공 역시 정신병원에 가지 않았을 뿐이지 남자주인공 못지 않게 정서가 불안하고 돌발 행동을 자주 보여 상대방을 난처하게 한다.
 그런 두 남녀가 내면의 상처를 딛고 어두운 구름 너머 한 줄기 빛(실버라이닝)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재미다.
 영화의 더 큰 미덕은 주인공만 불쌍하고 비정상인 사람으로 내모는 게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이 지닌 한두 가지 정신적인 문제점,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TV리모콘이 반드시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믿고, 아들이 풋볼 경기를 봐야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긴다는 징크스를 철석같이 믿는 아버지(로버트 드 니로) 역시 강박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겉으론 행복해 보이는 친구 역시 직장과 집에서 시달리며 자신이야말로 `미칠 것 같다’고 호소한다.
 영화는 어쩌면 우리 모두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그것을 부정하고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인정하고 서로 여린 부분을 보듬어주자고 위로한다.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보여주고 끝나는 다른 로맨틱코미디 영화에 비해 이 영화는 그 형식을 빌려오면서도 인간과 삶에 대한 넉넉하고 관대한 성찰을 담고 있어 돋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도 빛난다. 두 남녀 주연배우는 섬세한 감정의 결을 잘 살려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가 흘러갈수록 점점 더 매력을 뿜어내며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으로서 제 역할을 다한다. 제니퍼 로렌스는 작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코미디·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패트릭의 아버지로 나오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그가 왜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연기파 배우인지 확인케 한다.
 이 영화는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남·녀 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등 8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연합
 상영시간 122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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