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쫄깃해지는 통괘한 사기극 펼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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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쫄깃해지는 통괘한 사기극 펼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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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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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아메리칸 허슬’…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작, 실화`앱스캠 스캔들’토대

 데이비드 O. 러셀의 `아메리칸 허슬’은 올해 아카데미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와 함께 최다 후보에 올라 다관왕이 예상되는 작품이다.
 지난해 연말 평단과 관객들에게 공개되면서 “올해 가장 신랄하고 짜릿한 코미디”(타임) 등의 찬사를 받았다. 영화는 골든글로브 3관왕, 뉴욕비평가협회상 3관왕을 포함해 각종 영미권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파이터’(2010) 이후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여주는 작가주의 계열의 러셀 감독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보다도 한 층 더 세련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고 찾아왔다. 영화를 보다 보면 왜 이 영화에 많은 영화 전문가들이 그처럼 열광하는지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질 법하다.
 닥치는 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며 꽤 재산을 모은 천재적인 사기꾼 어빙(크리스찬베일).
 사람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훔치는 시드니(에이미 아덤스)마저 얻자 사업은 번창한다.
 그러나 잘 될 때일수록 조심해야 하는 법. 사건의 냄새를 맡는데 `개코’급인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 리치(브래들리 쿠퍼)가 파놓은 함정에 어빙과 시드니가 걸려들면서 이들은 쇠고랑을 찰 위기를 맞는다.
 리치는 장기 복역의 위기에 놓인 시드니 등에게 시장인 카마인(제레미 레너) 등 월척 4명만 잡게 해준다면 죄를 없애 주겠다는 일종의 유죄협상(플리바게닝)을 제안한다. 어빙과 시드니는 리치의 이 같은 제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운명을 건 사기극에 뛰어든다.
 영화가 시작하면 어빙 역의 크리스천 베일의 거대한 뱃살이 눈에 들어온다. `파이터’와 `배트맨’ 시리즈에서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던 그가 20㎏ 이상을 찌웠다. 언뜻 보아 호감 가는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이 마법사 같은 배우는 머리카락도 거의 없는 가발을 쓴 사기꾼임에도 “베트콩처럼 치고 빠지는” 현란한 사기 기술로 몇 분 안에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에이미 애덤스, 브래들리 쿠퍼, 제레미 레너, 그리고 스물네 살에 세 번이나 아카데미 여우 주·조연상 후보에 오른 `대세녀’ 제니퍼 로런스의 어마어마한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잠깐 출연하는 로버트 드니로의 명연은 덤이다.) 레너를 제외한 4명은 아카데미 남녀 주·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한다”는 사기의 대원칙 아래 성격이 전혀 다른 캐릭터들은 스크린을 마음껏 휘젓고 다닌다. 어빙은 천재적인 사기꾼이지만 우격다짐의 여왕 로잘린(제니퍼 로렌스) 앞에서 만은 기를 펴지 못하고, 리치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향해 폭주한다. “(재즈뮤지션) 듀크 엘링턴 덕택에 여러 번 목숨을 구했다”는 시드니는 사랑에 목숨을 건다.
 “진실은 흑백이 아니라 회색 지대 어디쯤 있는 것”이라는 대사처럼, 등장인물들은 회색지대에서 살아간다. 그들의 착하기도, 나쁘기도 한 어떤 면들이 영화 속에 뒤섞여 있고, 이런 점 때문에 주요 등장인물들은 그럴싸한 매력을 하나 둘쯤 가지고있다.
 영화는 할리우드 최상급 프로덕션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 잘 짜인 플롯,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 조명과 화면의 질감은 할리우드 A급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놀라운 질이 느껴진다. 특히 1970년대에 들을 수 있는 음악과 장면들을 이리저리 배합한 장면은 관객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뒤흔들 것 같다.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에 가까울 정도로 길지만 탄탄한 이야기 덕택에 훅 지나간다.
 과거 명작들의 향취도 느낄 수 있다. 끈끈한 인간관계 속에 숨겨진 날 선 배신의 칼날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좋은 친구들’(1990) 같은 서늘한 씁쓸함을 전해주고, 머리 건드리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어빙과 리치의 모습에선 코엔 형제의 `밀러스크로싱’(1990)에서 모자에 극도로 집착하는 가브리엘 번 같은 인물의 자취도 느껴진다.
 영화는 아랍의 사업가 등으로 위장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이 연방의회 의원과 공직자의 비리를 적발한 `앱스캠 스캔들’을 토대로 했다. 연합
 2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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