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고수 많은 배움터… 졸업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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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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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프콘`1박 2일·나 혼자 산다’등 고정 출연… 실력파 래퍼에서 예능 대세 떠올라

▲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힙합가수 데프콘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시간을 나름 쪼개 쓰고 있어요.”
 래퍼 데프콘(본명 유대준·37)은 말 그대로 요즘 `바쁘게 산다’.
 KBS 2TV `1박 2일’과 MBC `나 혼자 산다’에 고정 출연 중이고 케이블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 MC를 맡고 있다. 간간이 여러 간판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도 출연한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파 래퍼이지만 요즘의 10대는 그를 방송인이나 개그맨 정도로 알지도 모르겠다.
 변화의 시작은 2011년 MBC `무한도전’의 조정경기 특집이었다. 이곳에 얼굴을 내밀어 덩치만 못한 어설픈 캐릭터로 예능 감을 보여주자 `러브콜’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코믹한 이미지와 입담으로 예능계 샛별로 떠올랐고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인기상도 받았다.
 2012년부터는 정형돈과 프로젝트 그룹 `형돈이와 대준이’를 결성해 음반도 냈다. 코믹한 가사의 `올림픽대로’,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등의 곡이 음원차트 1위에도 올랐다.
 `힙합 비둘기’, `대포폰’, `국민 영구’ 등의 친근한 별명도 생겨났다. 1998년 데뷔해 마초, 상남자 래퍼로 `19금’ 곡을 내며 사회를 향한 독설을 내뱉은 그를 떠올리는 게 새삼스럽다.
 지난 4일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난 일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와 독수공방”이라며“소파에 누워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해 예전과 달라진 걸 잘 못 느낀다”고 웃었다.
 첫 단추였던 `무한도전’ 출연은 평소 친분이 두텁던 정형돈, 하하의 영향이 컸다. 제작진과 고정 출연진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모험이었다.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예능을 시작한 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예능을 좋아했어요. 예능의 인기로 음악의 불을 지펴볼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저 방송 일이 재미있어 `예능 플레이어’로 늘 기회를 갖고 싶었고 지금 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꿈 같은 일이에요. 그래서 요즘이 정말 행복합니다.”
 보통 가수들이 예능에서 인지도를 높여 음악의 소비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점에서 분명 다른 생각이다. 그렇다 보니 `음반을 내도 안 되더니 결국 예능 한방에 얼굴이 알려지더라’는 가수들의 허탈감과 푸념도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그를 주목한 건 넉넉한 몸매, 거친 외모와 다른 반전 매력 덕이다.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에선 걸레질과 설거지가 몸에 밴 깔끔한 `살림 9단’, 피규어를 수집하고 헬로키티 이불을 좋아하는 취향의 `키덜트’(Kid+Adult)의 모습이 그랬다.
 리얼리티 여행 프로그램 `1박2일’에선 팔씨름에서 괴력을 발휘하고는 `배 타기가 두려웠다’며 약한 모습을 보이고, 각종 복불복 게임에서 제작진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며 `꾀’를 부리거나 과다한 의욕으로 `뭐 뭐 뭐’ 정신을 강조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미션을 수행하며 20년간 기르던 턱수염과 콧수염을 민 장면도 화제가 됐다.
 그는 “그게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다. 사람들이 내 외모 때문에 편견을 갖는데 곰 같고 느릴 것 같지만 행동이 빠르고, 밖에서 밤늦게까지 놀 것 같지만 `집돌이’다. 예능은 억지로 연기를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난 생긴 대로 노는 사람이 아니고 싶다. 그런 모습을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방송부터 새 멤버로 투입된 `1박 2일’ 도전은 녹록지 않을 터. 당시 `1박 2일’은 시청률 하락세로 프로그램의 쇄신이 필요했고 기존 멤버인 김종민, 차태현에 데프콘, 김주혁, 김준호, 정준영을 투입했다.
 그는 “주말 예능에 고정 멤버가 되고 싶었기에 망설이진 않았다”며 “또 30대에 접어들면서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나를 너무 닫아놓고 있으면 손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선을 다하면 알아주지 않을까’란 마음뿐이었다. 내가 가진 게 성실함과 책임감 밖에 없었다. 수염을 민 것도 날 내려놓고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였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웃었다. 8% 안팎으로 떨어졌던 시청률은 12~13%대로 올랐고 프로그램의 체감 인기는 더하다.
 “사실 우린 시청률 신경 쓰지 말고 `으? 으?’하자고 해요. `1박 2일’은 개인의 능력보다 멤버들 간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거든요. 한 팀이란 생각이 강해 서로 신경전도 없어요. 방송이 나가면 단체 카톡방에 모여 `고생했다, 열심히 하자’고 응원해요. 새 멤버보다 경험 많은 차태현이 선배로서 따뜻하게 리드해줍니다.”
 새로운 인맥을 쌓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처음 만난 멤버 중 가장 반전은 김주혁이었다.
 그는 “배우여서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망가져서 놀랐다”며 “어려운 분인 줄 알았는데 편안한 형이고 동생처럼 귀여울 때도 있고 매력적인 남자”라고 치켜세웠다.
 `1박 2일’ 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설을 맞아 텅 빈 서울에서 진행된 촬영이었다. 서울의 명소에서 사진을 찍어오란 미션은 처음엔 심심하고 단순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제작진은 출연진의 부모가 젊은 시절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반전으로 감동을 줬다.
 “부모님이 청년, 연인이었을 때 모습을 보면서 다들 눈물을 흘렸어요. 익숙했던 서울이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느끼며 감성 충전을 했습니다. 제작진의 센스, 섬세함에 감탄했죠.”
 그는 6월 브라질 월드컵 전에 내는 걸 목표로 `형돈이와 대준이’의 새 음반 작업도 하고 있다. 힙합 팬들 사이에선 코믹한 음악을 들고 나온 데프콘에 대해 `변절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형돈이와 대준이’ 음반은 힙합이 아니라 대중음악”이라며 “함께 즐길 대중음악에서 힙합 자존심을 얘기할 필요 없다. 우리도 음악을 만들 때는 진지하다. 내가 음악을 만들고 형돈이가 가사를 붙이고 회의를 거듭한다. 이 팀은 내가 여기까지 오는 원동력이자 도화선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간의 예능 활동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고 여전히 고수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유재석의 출연진을 아우르는 배려, 명 MC 강호동의 에너지, 신동엽의 재치있는 입담 등이다.
 그는 “이 분야에는 고수가 너무 많다”며 “그분들을 쫓아가는 입장이 아니라 배우고 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방송을 모니터하며 매번 감탄한다. 그러다 보니 예능이 정말 사랑스럽다. 공부로 따지면 할 게 너무 많다. 예능은 내게 졸업하고 싶지 않은 학교”라고 말했다.
 또 “내 인생이 실패, 좌절, 노력의 반복이었다”며 “지금 좌절을 느끼는 분들에게 저도 되니까 여러분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주에 있는 부모님에게 효도하기 위해 `결혼’ 선물을 드릴 수 있도록 힘써 볼 생각이라며 `허허’ 웃었다.
 “생활 반경이 좁아서 연애하기 힘들어요. 연애하려면 밖에 돌아다녀야 하는데 일 끝나면 집에만 있으니까요. 소개팅 시켜달라고 떼쓸 수도 없고. 이 또한 제가 노력해야죠. 하하.”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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