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걸작들과 함께 하는 두 중년 남녀의 일상
  • 이부용기자
세기의 걸작들과 함께 하는 두 중년 남녀의 일상
  • 이부용기자
  • 승인 201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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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DVD ` 뮤지엄 아워스’

[경북도민일보 = 이부용기자]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에서 일하는 박물관 경비원 요한과 혼수상태에 빠진 사촌 때문에 난생처음 빈에 오게 된 캐나다 여성 앤이 우연히 만나, 함께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뮤지엄 아워스’.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뮤지엄의 걸작들과 함께, 시간에 묻혀 외로운 오늘을 살아가는 중년 남녀의 평범한 일상들이 교차돼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두 남녀의 애틋함과 함께 그들의 만남은 각자의 인생과 도시의 역사, 그리고 예술작품이 일상과 현실을 반영하고 형상화하는 과정을 환기시키며, 예술과 인생의 신비로운 교차와 반영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풍경의 중심에 놓인 뮤지엄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예술작품의 의미에 대해 시간을 초월한 논쟁이 벌어지는 수수께끼로 가득 찬 공간이며, 그곳에서 정년퇴직 후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경비원과 갈 곳 없는 낯선 방문객은 예술과 인생, 청춘과 죽음에 대해 현실적인 논쟁과 대화들을 진행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 미술사박물관의 가장 유명한 전시실로 꼽히는 피터 브뤼겔의 그림들이 감동적인 해설과 함께 영상으로 펼쳐지고, 영화를 보는 동안 브뤼겔, 렘브란트, 벨라스케즈를 비롯하여 마치 빈 미술사 박물관의 전시된 그림들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미술사박물관을 비롯해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빈의 곳곳을 누비는 장면들은 깊은 내면의 삶을 담아낸 고요한 세계로서 빈의 풍경을 담아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거장과 명작들뿐만 아니라 매 순간 평범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매료되게 하고, 주인공들의 일상과 이야기에 공감하게 하는 이 영화는 마치 브뤼겔의 그림처럼 우리가 중심으로 놓고 보지 않았던 주변과 일상을 충만함으로 채우고 예술로 승화시킨다.
 브뤼겔의 그림처럼 주변과 일상을 충만함으로 채우고 예술로 승화시킨 영화는 시대를 초월해 이름을 남기는 존재들과 하나의 생을 다하면 사라져버리는 이름없는 존재들간의 공존과 긴장감을 조화롭게 그려낸다. 그런 의미에서 농민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데 주력하고, 종교적인 주제를 제목으로 보여주면서도, 그 중심 주제를 외면하고 있거나, 별로 상관하지 않는 익명의 일반인들의 모습을 함께 그려내 현대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브뤼겔은 이 영화의 시작이자, 또 다른 주인공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난생 처음 낯선 도시에 오게 된 중년의 여인, 그리고 그 도시에서 오래도록 살았지만 은퇴 후 온라인 게임으로만 시간을 보내며 집에서 홀로 지내온 박물관 경비원 남자. 서로 다른 두 도시에서 살아온 두 사람은 우연히 뮤지엄에서 만나게 되고, 뮤지엄과는 별 상관없이 살아온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친밀감을 느끼고, 예술작품들을 함께 감상하면서 자신만의 생각들을 나누게 된다.
 두 사람은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예술작품들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도 묘하게 이어지는데, 낯선 도시에서 뮤지엄과 음악으로 이어진다. 젊은 시절 밴드 매니저, 콘서트 프로모터로 정신없이 일해왔던 남자 주인공 요한과, 혼수상태에 빠진 사촌의 소식을 듣고 빈에 오게 될 때도 친구에게 돈을 빌려야 할 만큼 곤궁한 처지에 딱히 이렇다 할 직업도 갖지 않은 여주인공 앤은 세월과 풍파를 겪어가며 쌓여간 다정함과 배려로 서로에게 다가가게 되고, 외로운 그들의 일상을 함께 채워나가게 된다. 이제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된 두 사람이 헤비메탈에 대한 격렬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아직 가시지 않은 그들의 열정의 온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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