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서 비롯된 단 한번의 선택이 낳은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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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서 비롯된 단 한번의 선택이 낳은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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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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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DVD `카운슬러’

 할리우드의 명장 리들리 스콧 감독과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코맥 맥카시가 만났다.
 맥카시의 소설은 이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더 로드’가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그가 직접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쓴 것은 이번 작품 `카운슬러’가 처음이다.
 돈을 벌기 위해 마약 거래 사업에 발을 담근 한 변호사의 파멸을 그린 이 작품은 인간의 뜨거운 욕망으로 시작해 현실 세계의 공포로 서서히 냉각시켜 간다.
 “진실에는 온도가 없다”는 영화 속 대사는 이 영화의 온도 그 자체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당신이 실수를 해결하기 위해 찾고 있는 세상은 그 실수가 행해진 세상이 아니다” 같은 삶과 세계에 대한 서늘한 통찰이 빛나는 문장들이 영화를 수놓는다.
 이야기는 단조로운 편이다. 젊고 유능한 변호사 `카운슬러’(마이클 파스빈더 분)는 아름다운 약혼녀 `로라’(페넬로페 크루즈)에게 완전히 매료돼 있다. 그녀를 위해 최고급 다이아몬드 반지를 마련하지만, 재정 위기에 빠진 카운슬러는 돈을 벌기 위해 어두운 세계의 유혹에 걸려든다.
 마약 밀매 업자 `라이너’는 카운슬러에게 이 사업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하지만, 카운슬러는 라이너의 손을 잡는다. 이 사업을 함께하는 마약중개인 웨스트레이(브래드 피트) 역시 카운슬러에게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충고하고 라이너의 애인인 `말키나’(카메론 디아즈)도 수상쩍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카운슬러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마약 거래가 어긋난다. 거래 상대방인 멕시코 조직은 라이너 일당이 배신했다고 여기고 보복을 해온다.
 하루아침에 도망자 신세가 된 카운슬러는 자신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이야기 구도는 대략 이렇지만, `카운슬러’는 서사의 힘으로 관객을 끌고 가는 영화는 아니다.
 카운슬러가 얼마나 재정 위기에 빠져 있는지, 마약 거래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말키나나 웨스트레이는 어떤 인물인지 등 중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뭉텅뭉텅 빠져 있다. 이야기 전개로만 보면 관객에게 불친절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친 유화 같은 이야기 안에 강렬한 캐릭터 묘사와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만으로 스멀스멀 불안과 긴장을 증폭시키는 힘이 대단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맥카시의 시나리오에 화려한 그림을 그려넣었다.
 미국 서부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을 넘나드는 사막의 황량함을 배경으로 치타가 토끼를 잡아먹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꽉 짜인 미장센(화면 구도)으로 장면 하나하나가 지니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여러 배우들의 매력을 100% 이끌어내 조화시킨 것도 감독의 힘이다. 특히 카메론 디아즈가 연기하는 말키나의 존재가 위력적이다. 도대체 어떤 힘을 지녔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그녀는 세상의 냉혹함을 온몸으로 체현한 초월적인 인물로 영화의 종지부를 찍는다. 연합
 상영시간 117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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