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백서… 너무 현실적이라`웃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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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백서… 너무 현실적이라`웃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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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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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10분’… 현실밀착형 폭풍공감 드라마

 `웃프다’라는 말이 있다. `웃기다’와 `슬프다’를 합쳐서 젊은 세대들이 자조적으로 쓰는 말이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거나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랫말과 상통하는 뜻일 테다.
 프레젠테이션을 점검한 상사가 `마가렛트 말고 화과자 좀 가져다 놓으라’고 말하는 영화 속 장면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나의 직장 생활의 실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맡은 프레젠테이션이 얼마나 중요하고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게 테이블 위에 놓이는 과자라면 슬프지 않겠는가.
 “`출근’이 인생의 목표인 당신에게 바친다”는 홍보 문구가 달린 영화 `10분’을 보는 내내 `감독이 직장 생활을 해봤나?’라는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굳어졌다.
 20대 수많은 젊은이의 청춘과 꿈을 담보로 잡은 채 정규직 취업이라는 지상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하는 현실과 비정규직 혹은 계약직이라는 이름을 달고 들여다보는 `정규직들만의 세상’의 비루한 현실을 이토록 촘촘하게 그려내는 것은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부릴 수 있는 솜씨였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용승 감독은 자신이 계약직으로 일했던 경험을 영화에 녹여냈다고 한다.)
 직장 생활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며낸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옮겨다 놓은 듯한 이야기는, 그래서 더 웃기고 그래서 더 슬프다. 내가 혹은 당신이 겪어 왔거나, 겪고 있거나, 겪어야 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청년실업 문제가 장기화해서 심각한 사회 문제’라느니 하는 두루뭉술한 문장으로도, 청년 실업 인구가 몇 명이고 실업률이 몇 퍼센트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명시되는 통계로도 와 닿지 않는 현실이 스크린에 펼쳐질 때 실실 웃다가도 뜨끔해지는 것을 감추기가 어렵다.
 방송국 PD가 되고 싶은 호찬(백종환 분)은 지방 이전을 앞둔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센터’에 6개월 인턴으로 취업해 계속 PD 시험을 준비하려고 한다.
 호찬은 허드렛일과 밤샘 근무, 주말 등산을 마다하지 않으며 성실성을 인정받는다. 한 정직원의 갑작스러운 퇴사로 채용공고가 나고, `안정적이고 좋다’는 부장과 노조지부장의 부추김에 호찬도 지원을 한다.
 동료 직원들은 이미 호찬이 정직원인 듯 대하고, 호찬도 힘없는 부모의 장남 노릇, 어린 동생의 형 노릇 좀 해보겠다고 꿈을 포기하고 정규직 입성을 준비하지만, 원장의 낙하산이라는 여자가 그 자리를 꿰찬다.
 노조지부장은 소송하자며 기다리라고 하고, 부당한 인사에 분노하며 영원히 호찬의 편에 설 것 같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예쁘고 친화력 좋은 여자 정직원과 함께 호찬을 백안시하기 시작한다.
 조금 특이하거나 나와 다른 구석이 있을 뿐, 어디에나 있을 평범한 상사와 동료가 호찬에게는 점점 괴물처럼 다가온다.
 이들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마음에 콕콕 와 박힐 때가 잦다.
 단국대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 1기생인 이용승 감독의 졸업작품으로, 최근 막을 내린 제38회 홍콩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연합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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