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나는 소방관이다. 그리고 소방관으로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예방만으로 모든 사고를 막을 순 없다. 재난은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우리를 예의주시하며 기다리다가 기회가 되면 무섭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때문에 예방 못지 않게 대비가 필요했다. 언제든지 빠르게 정확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신발끈을 동여매고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사고가 발생해 현장에 최대한 신속하게 도착하기 위해 단 1초와 사투를 벌이는 것이 소방관이다. 언제 도착하느냐, 얼마나 신속히 대응하느냐, 단 수초의 차이가 때로는 생과 사가 갈린다.
한 동이의 물로 진압할 수 있는 화재가 5분이 지나면 수십명의 사람들과 수십대의 차가 달라붙어야 했다. 심장이 멎은 응급환자의 경우 단 5분이 삶과 죽음이 판가름 났다. 단 몇분을 벌기 위해, 단 몇초를 얻기 위해 소방관들은 노력하지만 때때로 이런 노력들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바로 무분별한 주정차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와 도로에서 소방차에 길을 양보하지 않는 행위이다. 재난현장을 눈앞에 두고 소방차량이 진입할 수 없을 때, 차가 막혀 제때에 도착할 수 없을 때, 천재는 인재로 바뀐다.
소방통로 확보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통로다. 나도 언젠가 긴급한 상황에서 소방차나 구조·구급차가 도착하기를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보고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은 버리자. 소방차 통행로는 시민의 생명을 살리고 재산을 지키기 위한 통로임을 명심하자.
박유현(영덕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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