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없는 사회 - 에리코 말라테스타 지음·하승우 옮김 l 포도밭 l 176쪽 l 1만2000원
이탈리아의 무정부주의자 에리코 말라테스타(1853~1932)는 미하일 바쿠닌, 표트르 크로포트킨, 엠마 골드만 등과 함께 무정부주의 운동을 이끈 혁명가다. 민중봉기를 이끌고 총파업을 조직하는 등 활동가의 면모가 강했지만, 평생 노동자로서 일을 손에서 놓지 않은 인물이기도 했다.
말라테스타는 당국에 체포되고 수배를 받는 가운데서도 늘 사람들을 만나 토론하고 싸우면서 사상과 삶을 일치시킨 실천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경찰이 잠복해 있는 도심 카페에 변장한 채로 버젓이 나타나 혁명에 관한 논쟁에 참여할 만큼 항상 사람들 곁을 지키는 혁명가이고자 노력했다.
그는 1897년부터 국가폭력과 무정부주의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특이하게도 이 원고들은 `가상 대화’라는 형식을 취했다. 조르조라는 한 무정부주의자가 카페에서 치안판사, 부르주아지, 노동자, 자영업자, 대학생, 군인을 만나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는 설정이다.
특히 말라테스타는 조르조의 발언을 통해 정부와 법, 법정이나 교도소가 없는 무정부 상태에서 범죄자를 자치공동체인 `코뮌’의 방식으로 다뤄야 하며, 사회의 안전은 경찰이 아닌 공동체 차원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록 책의 형식은 가상이지만, 말라테스타가 워낙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좋아한 터라 내용 자체는 그가 실제로 시민들과 나눈 대화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문을 쓴 폴 너시 브레이는 “말라테스타의 대화는 무정부주의 정치이론에 중대한 공헌을 한 책일 뿐 아니라 중요한 역사적 문헌”이라며 “무려 23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작성된 이 대화는 격동의 시기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에 관한 논평”이라고 평가했다. 연합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