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중동전쟁으로 떠돌다 수십년만에 방문한 라말라에서의 기록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무리드 바르구티 지음·구정은 옮김 l 후마니타스
260쪽 l 1만5000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무기한 휴전에 합의하면서 전쟁의 포성은 멎었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는 깊다.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쓰라린 상처를 부여안은 채 주어진삶을 견뎌내야 한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후마니타스 펴냄)는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에 관한 책이다.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는 오랜 세월 해외에서 떠돌다 마침내 1996년 여름 라말라를 방문한 바르구티가 남긴 기록이다.
30년 만에 다시 본 고향 땅은 그에게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다. 하지만 시인은 그 어느 감정에도 압도당하지 않은 채 씨실과 날실을 직조하듯 자신의 슬픔과 아픔을 정제된 언어로 형상화한다.
저서 `오리엔탈리즘’으로 유명한 팔레스타인 출신의 세계적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는 영어판 추천사에서 “이 책에는 심오한 진실이 담겨 있다”면서 “시처럼 직조된 문장에는 삶에 대한 긍정이 배어있다”고 평했다. 바르구티처럼 해외를 떠돌다 45년 만에 고향인 예루살렘 땅을 밟았던 그는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추방’을 가장 실존적으로 보여 준다”고 소개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스며든 슬픔이 긴 여운을 남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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