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영혼을 울렸던 따뜻한 명작 동화로의 초대
  • 이경관기자
유년시절 영혼을 울렸던 따뜻한 명작 동화로의 초대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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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인의 탐서가들과 함께 새로운 감동·교훈 재발견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고민정 외 16명 지음 l 반비 l 244쪽 l 1만5000원

 “누구나 콤플렉스가 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삶은 계속된다. 인생은 문제투성이다. 힘들고 외로워도 인생에는 의외로 멋진 순간들이 있다. 그 멋진 순간을 잘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은 훨씬 더 행복하다.(…) 내가 `앤’이야기에서 찾은 배움들이다.”(70쪽, 김진애의 `앤 시리즈’에 대해)
 베갯머리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듣다, 어느새 잠에 든다. 달콤한 꿈속에서, 동화 속 주인공을 만나 친구가 돼 함께 뛰논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한가득 따뜻해진다.
 어릴적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만나던 `플랜다스의 개’, `어린왕자’, `장발장’ 등을 어른이 돼 다시 읽는다.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우리 시대 탐서가들의 세계 명작 다시 읽기)’은 건축가, 라디오피디, 도서관장, 경제학자, 아나운서, 소설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탐서가들이 추억의 책장에 간직한 동화 한편씩을 꺼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 준다. 또한 고단한 시간을 감내하는 용기를 북돋아준다.
 “우리 세상도 넬로와 파트라슈가 살던 세상과 별로 다르지 않아. 그리고 이젠 너도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을 때가 됐단다.”(51쪽, 이정모의 `플랜더스의 개’에 대해)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은 중학생 시설 우유와 함께 배달된 만화로 처음 만났던 `플랜더스의 개’를 소환한다. 그의 기억 속에 `플랜더스의 개’는 `넬로와 파트라슈의 우정’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이미 세상을 너무나 많이 알아버린 우리에게 그 동화는 화가를 꿈꿨던 가난한 소년 넬로가 자본의 논리 속 철저히 소외돼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마리우스의 가난과, 이를 전하는 빅토르 위고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막막하고 무기력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이라 할지라도, 손에 쥔 모래알처럼 의미 없이 스르르 빠져나가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59쪽, 안소영의 `레 미제라블’에 대해)
 안소영 작가는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 `장발장’의 기억을 더듬으며 원작인 소설 빅토르위고의 `레 미제라블’에 대해 이야기 한다.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이유로 19년을 갇혀 강제노역을 하며 살아야 했던 장발장. 긴 세월 후, 세상 속에 던져졌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 자신을 외면한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신에게조차 분노했다.
 빅토르 위고는 이 소설에서 장발장의 시련과 그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프랑스혁명 이후 혼란했던 1800년대의 프랑스의 모습을 그렸다.

 안 작가의 기억 속, 동화 `장발장’과 소설 `레 미제라블’은 많이 달랐다. 동화 속에 생략된 사회의 모습은 더욱 잔인했다. 혼돈 속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참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위고의 문학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 사회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천방지축 소녀가 처녀가 되고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이웃이 되고 선생님이 되고 작가가 되고 할머니가 되는구나! 인생엔 가지가지 일도 많구나! 온갖 갈등이 있구나! 그 길어 보이는 인생도 지는구나! 사람은 가도 삶은 이어지는구나!” (71쪽, 김진애의 `앤 시리즈’에 대해)
 건축가 김진애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자리한 `빨간머리 앤’을 떠올린다. 그녀 역시 콤플렉스를 가진 한 소녀의 성장을 담은 동화만이 앤의 전부인줄 알았다. 그러나 중학생 시절 선생님을 통해 `앤 시리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 후 그녀는 사랑이 끝났을 때, 결혼을 했을 때, 아이를 낳았을 때마다 앤 이야기를 꺼내 다시 읽었다. 그녀는 앤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고 또 그 시련이 지나면 행복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살만하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사랑이 있고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어린 왕자가 있다. 사랑의 얼굴이 수천, 수억 가지이듯 어린 왕자의 모습도 우주의 별처럼 무한하다.”(105쪽, 황경신의 `어린왕자’ 에 대해)
 소설가 황경신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어린시절 할머니댁 풍경을 통해 떠올린다. 그녀는 이 책을 할머니댁 창고에서 발견해 처음 접한다.
 어른들에게 더 많이 읽히는 이 책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순수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어린왕자의 이야기다. 순수를 잃어가는 어른들의 힐링 동화로, 또한 어린이들에게는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어머니는 쉬운 말로 간결하게 쓰인 그 책이 읽기 편했다. 무엇보다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겪은 시절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니 모두 당신의 이야기로 읽힌 것이다. 권정생 선생님은 다른 저서의 머리말에서 ``몽실언니’를 마을 할머니들, 시장터 술장수 아무머니, 공사판 노동자 아저씨들까지 읽어주신 것은 정말 기뻤다’고 적었는데 그것이 사실이었다.”(126쪽, 안미란의 `몽실언니’에 대해)
 동화작가 안미란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거장 `권정생’ 선생의 `몽실언니’를 기억 속에서 소환했다.
 이 책은 해방과 한국전쟁,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서 자신과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몽실언니의 성장기다. 가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어린 몽실언니의 삶에 대한 태도가 감동과 함께 가슴을 져며온다.
 가장 쉬운 언어로 쓰인 동화는 전 세대를 아울러 읽힌다. 동화는 딸과 엄마, 그리고 딸의 어린 자식까지 3대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동화의 힘이다.
 잠자리에 누워 듣던 엄마의 동화, 그 따뜻한 기억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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