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가 품은 사람들, 그들의 삶과 희로애락
  • 이경관기자
포구가 품은 사람들, 그들의 삶과 희로애락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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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는 엄마의 자궁과 같은, 날 것 그대로가 가장 잘 발현된 곳

 

 

바다소년의 포구 이야기
오성은 지음 l 봄아필 l 287쪽 l 1만5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바다는 쉴 새 없이 들숨과 날숨을 토해낸다. 그 자맥질은 엄마의 자궁 속을 유영하는 태아의 생과 닮았다. 엄마가 태아를 품고 있듯 포구는 자신의 전부를 다해 바다와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품는다.
 “포구에는 여러 형태의 삶이 있다. 포구는 만선으로 돌아온 노선장의 입가에 띤 작은 웃음이며, 그물을 당기는 선원의 주름이다. 생선을 판매하는 아주머니의 앞치마이며, 바닷물 먹은 서너 장의 지폐다. 새벽부터 호루라기를 부는 경매인의 목젖이며, 포구는 위판장을 뒹구는 얼음덩어리다. 끝없이 육지로 코를 박는 뱃머리다. 팽팽하게 때론 느슨하게 배를 지탱하는 밧줄이다. 노동자들이 새벽일을 마치고 마시는 커피에서 오르는 뜨거운 김이며, 아니 그제야 간신히 펴는 그들의 허리, 그 굽고 휘어진 만(灣)의 형태가 곧 포구다.”(19쪽)
 최근 출간된 오성은<사진> 작가의 `바다소년의 포구 이야기’는 포구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포구 그 자체가 지닌 생명성에 대해 진솔히 풀어놨다.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이 존재하는 포구는 그 자체로 예술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머금은 배와 어느덧 흰 머리가 가득히 난 노선장의 모습 속에, 날 것 그대로의 포구가 있다.
 오 작가는 `부산 송도 암남 포구’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아버지의 다리 마비로 난파된 채 어딘가로 휩쓸려가고 있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담담히 서술했다. 그의 글은 거친 파도를 견디고 다시 일어선 그의 아버지와,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우리네 아버지들에게 보내는 전상서와 같다.
 “잘 모르는 거리를 걷거나, 오르막 계단에 앉아 잠시 쉬고 있을 때, 지나가는 주민들이 인사를 건네고 행선지를 물어봐줄 때, 좁은 골목길로 아이들 몇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릴 때, 멀어진 아이들 뒤로 작은 바람이 불어올 때, 나는 여행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곤 한다. 그곳의 공기에, 그 공간에 스며,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 그땐 떠나왔다는 실감보다는 기어코 다녀왔다는 느낌이 든다.”(82쪽)
 오 작가는 낯선 포구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일부가 되기를 꿈꿨다.
 구룡포 일본가옥거리에서 만난 할아버지, 하모니카를 연주하던 봉황포구의 선장님 등 그가 여행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그 자체로 풍경이었다.
 또한 이청준, 함정임 등 그의 문학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들의 작품은 그의 포구 여행을 한층 더 풍부하게 했다.
 이 책을 더욱 특별히 만들어 주는 것은 포구의 `맛’이다.
 술상포구의 `전어’, 외포의 `대구’, 구룡포의 `모리국수’, 어란포구의 `김국’ 등에는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이 깃들어 있다.
 “포구 여행이 이어져서일까, 서른이 지난 지금도 나는 소년이다. 그리고 소년의 고향은 바다다. 아니, 바다와 가까운 한적한 포구다.”(226쪽)

 마도로스의 아들로 태어나 삶의 전부를 바다와 함께 했다는 그를 만나 포구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대해 들어봤다.
 - 첫 책을 낸 소감은.
 “처음에는 이질적이었고 그 다음엔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책이 장기간 외국 여행 중에 출간됐다. 책 값의 두 배에 가까운 돈을 관세와 항공료로 지불한 후에야 어렵게 책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딱 그만큼 이질적이었다. 표지에 실린 이름을 마주하고서 비로소 내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구의 매력은.
 “포구는 엄마의 자궁과 같은, 날 것 그대로가 가장 잘 발현된 곳이다. 하늘과 땅, 생명과 죽음이 맞닿은 바다, 그런 바다를 가만히 안아주는 곳이 바로 포구다. 포구를 여행한다는 것은 엄마를 찾아 떠나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다.”
 -기억에 남는 포구는.
 “구룡포는 아침과 저녁이 같은 곳이다. 어제와 오늘이 같은 곳이다.”(77쪽)
 “포항시 남구 구룡포. 구룡포는, 현재가 과거의 시간에 물들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다. 바다를 마주한 일본가옥거리는 이국적인 느낌과 함께 근대사의 아픔이 묻어나와 씁쓸하기도 했다.”
 -포구에서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은.
 “그녀가 바다에 나가 노래를 부르는 시간은 하루에 3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 노래는 그녀와 남편을 하나로 이어주기에 충분했다. 삶과 죽음을, 이생과 후생을, 섬과 육지를, 별과 별을, 사랑과 그리고 사람을 이어주기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145쪽)
 “오래된 목선에 올라 노를 저으며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을 구슬프게 부르던 고흥군 우도포구 이장님 어머니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먼저 떠난 남편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는 그녀의 모습은 시린 바닷바람만큼이나 아렸다. 노를 젓던 거칠고 투박한 그녀의 손도 지워지지 않는 한 장면이다.”
 -작가로서 앞으로의 꿈은.
 “포구를 근거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 또 영화, 음악, 여행 등 다양한 분야를 조금 더 폭넓게 공부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에세이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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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사랑 2014-09-22 11:26:32
책사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작가님이 젊고 잘생겼네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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