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명랑과 발랄로 이어지는 삶의 줄다리기 속에 사랑은 있다
  • 이경관기자
눈물이 명랑과 발랄로 이어지는 삶의 줄다리기 속에 사랑은 있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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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 시인 세 번째 시집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안현미 지음 l 창비 l 102쪽 l 8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끝내기 위해서는 시작해야만 한다. 끝날 줄 알면서도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이별수리센터’ 중 일부)
 나무가 스스로 잎을 변하게 해 기어코 떨어뜨리고야 마는 계절, 가을이 왔다.
 사랑을 하고 있는 이도, 그렇지 않은 이도, 또 사랑이 뭐냐, 살기 바쁘다는 이들에게도 언제나처럼 가을은 온다. 쌀랑, 이는 바람에 울컥, 눈물이 날 때 시 한편이 내게로 온다.
 서정적 감수성으로 삶의 아픔을 감싸 안으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온 안현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안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삶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의 체험이 녹아들어 먹먹한 감동과 함께 우리의 감성을 다독인다.
 “연암은 열하를 일러 `사나이가 울 만한 곳’이라 했다는데/당신은 바다를 일러 `사랑이 울 만한 곳’이라 한다// 지금은 세계가 확장되는 시간// 난 한번도 세계를 제대로 읽어본 적 없다/그건 늘 당신으로부터 사랑이 왔기 때문/그밖의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사랑이 확장되는 시간// 물고기가 키스하는/이 명랑, 이 발랄!//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떤 시간을 활용할지 아는 연인처럼/혹은 맨 처음 바다로 나아간 최초의 사람처럼// 우리는 진짜 인생을 원해// 저 바람 좀 봐 애인을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저 파랑, 저 망망!// 그리고 공연히 무작정의 눈물이 왔다”(`사랑’ 전문)

 안 시인은 `사랑’이라는 시 속에서 사랑의 진실한 의미를 이야기한다. 세계가 확장되고 눈물이 명랑과 발랄로 이어지는 삶의 줄다리기 속에 사랑은 있다.
 언어의 조탁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은 삶에 대한 진지한 시인의 고뇌와 함께 가슴 속에 오래 머문다.
 “삶의 비애를 적확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닐테지만 나를 보아 너무 서둘지 않아도 나쁘진 않았을 텐데 어리고 영민한 여자가 현모양처가 되기란 동서남북 이 천지간에서 얼마나 얼얼해야 하는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믿고 싶었던 행복을 얼음처럼 입에 물고 너도 곧 엄마가 되겠구나 무구하게 당도할 누군가의 기원이 되겠구나 여러 계절이 흘렀으나 나는 오늘도 여러개의 얼음을 사용했고 아무도 몰래 여러개의 울음을 얼였지만 그 안에 국화꽃잎을 넣었더니 하루 종일 이마 위에 국화향이 가득하였다 그 향을 써 보낸다 그저 얼얼하다 삶이” (`내간체’ 중 일부)
 안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삶의 아픈 체험을 눅진히 녹인다. 그녀의 시적 개성은 표현 방식을 넘어서 삶과 그 태도에도 전이되는데 그 대표적인 시가 `내간체’ 라 할 수 있다. 이 시가 담고 있는 삶의 고뇌와 슬픔은 단어 하나하나에 짙게 배어있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한 뒤 비로소 바랐던 행복을 손에 쥔 화자는 어린 엄마였던 언니를 떠올린다. 그녀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이 가득 담긴 그 눈물얼음 사이로 퍼지는 국화향에 가슴이 욱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그는 사람/`삶’은 `사람’을 줄여 놓은 말이 아닐까?”(`시마할’ 중 일부)
 `사랑이 울만한 곳’이 필요할 때, 우리는 바다에 간다. 또 타인과의 관계에 지칠 때, 우리는 시를 읽는다. 스치는 바람에 마음이 휘청거릴 때, 우리는 안 시인의 시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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