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는 진중… 가훈 ‘말 더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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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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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 최초 1억 배우 수식어 단 감초연기 대가 … 오/달/수 

▲ 영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에서 서필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연합
 “감초는 (영화에서) 빠지면 안 되는 역할이에요. (감초가 빠지면) 그 약은 써서 못 먹죠. 삼킬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감초입니다.”
 영화를 보는 재미는 관객마다 다르겠지만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주인공의 열연과 탄탄한 시나리오 등이 그 이유가 될 만하다. 거기에 ‘감초’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터.
 ‘명품 조연’, ‘신 스틸러’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배우 오달수(47)는 바로 그런 감초 역할을 도맡아 했다. 심드렁한 말투를 툭툭 내뱉는 오달수의 무표정한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하지만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오달수는 의외로 위트보다는 진지함이 넘쳤다. 물론 예상보다 머리도 컸다.
 “제 실제 성격이요? 진중하죠. 집안 가훈이 ‘말을 더듬어라’입니다. 말을 할 때 항상 생각하면서 하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말을 더듬어라. 봐요, 지금도 생각하면서 얘기하잖아요.”
 진지한 표정으로 느릿느릿 던지는 말은 그러나 묘하게 웃음을 유발하는 힘이 있었다.
 오달수는 오늘 개봉하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천재와 허당을 넘나드는 명탐정 김민(김명민 분)을 도와 사건을 파헤치는 서필 역을 맡았다. 2011년 설 극장가를 휩쓴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후속편이다.
 “전편이 거칠었다면 이번 작품은 깔끔해지고 정리가 잘 됐어요. 군더더기가 없잖아요. 1편을 해놓으니까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크게 없었죠.”
 함께 호흡을 맞춘 김명민에 대해서는 “원래 ‘쌈마이(삼류라는 뜻의 일본어)과’”라며 “‘조선명탐정’을 찍을 때는 완전히 파닥파닥 물 만난 고기였다”고 설명했다.
 “김명민은 무명 시절을 오래 겪어서 안 해 본 역할이 없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김명민을 생각할 때 지독하게 살을 빼서 뼈밖에 안 남은 뭐 그런 모습이죠. 하지만 코미디를 정말 즐기면서 하더군요. 물론 다른 역할도 즐길 양반이지만요. 속으로 ‘저거 진짜 쌈마이다’생각했죠.”
 ‘올드보이, 음란서생, 구타유발자들, 방자전,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국제시장’ 등 그동안 오달수가 출연한 작품을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영화 속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으냐는 얘기도 있어요. 그런 얘기들에 대해 크게 신경 안 씁니다. 왜냐면 감초니까요. 감초면 감초답게 해야죠. 그런 얘기마저도 신경 안 쓰는 게 진정한 감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그의 이름 앞에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바로 ‘한국영화 최초의 1억 배우’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 누적관객수가 1억명을 훌쩍 넘은 것.
 오달수는 “‘1억 배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쿨하게’ 말했다.
 “그냥 재미있어요. 부산과 서울을 왔다갔다하는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 양반이 몇십 년 운전을 하고 보니 지구를 백 바퀴 돌았다고 생각해보세요. 재미있지 않나요? 물론 화젯거리도 되겠죠. 1억 배우라는 것도 화젯거리일 뿐이죠.”
 ‘도둑들’에 이어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등 그가 최근 출연한 작품이 연달아 흥행을 거두며 ‘천만 클럽’에 가입했다.
 오달수는 “나와는 아무 관계없는 일”이라면서도 “그래도 관객이 1000만명이 본다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도 많이 울었어요. ‘변호인’도 그렇고, ‘국제시장’도 그렇고, ‘7번방의 선물’ 그렇고 가슴이 막 두근두근했죠.”
 그러면서도 “연극 무대에서 10명이 보든 20명이 보든 영화에 1000만명이 들든 아무 필요 없다”며 “내 일상을 어떻게 잘 살아갈까, 잘 일궈갈까, 농사를 어떻게 지을까, 그게 인간이 하는 가장 큰 고민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우는 고상한 직업이 아니라 그냥 나를 버리고 관객을 위해 사는 것”이라던 오달수는 “한편으로 배우만큼 아름다운 직업도 없다”고 말했다.
 “저는 그냥 다른 수식어 말고 ‘배우’라고 불렸으면 좋겠어요. 배우라는 말은 아무나 못 가져요. 영국, 독일, 체코 등 연극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비행기 화물을 싣다가도 직업에 ‘배우’라고 쓰여 있으면 일어나서 (직원이) 짐을 받아요. 그만큼 유럽에서는 굉장히 존경받는 직업이죠. 엄격한 자기 관리와 통제, 작품을 보는 눈, 세계를 바라보는 성찰력, 이런 모든 게 갖춰져야 배우입니다. 전 아직도 ‘배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오늘 제가 왜 이렇게 말을 많이 하죠? 귀신에 씌었나 봅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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