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마의 저주 같은 사건에 사람들은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로 한동안 왈가왈부했다. `인간 본성은 선한 것이지만, 그 덕성을 계발하는 교육을 받지 않으면 성정이 악해진다.’는 게 전자의 요지다. 이에 반해 순자는 사람의 천부적 욕망에 주목하고, 그것을 방임해 두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은 악이라고 규정했다.
정반대의 입장에 선 주장들이지만 양자 모두는 사람들에게 수양을 권하여 도덕적 완성을 이루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양자는 같은 말을 달리 표현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맹자 순자의 이론을 떠나 아무래도 성악설이 맞는가 보다. 무차별로 총질하는 자들이 교육을 받지 않은 예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 버지니아공대 재학 중이던 이주 한인 학생 조승희가 동료 학생과 교수 등에게 무차별로 총을 난사, 32명을 살해하여 전 세계를 슬픔의 바다로 만들고 있다.
몸뚱이에 저주를 똘똘 감아 지녔던 악마의 화신이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 본디 악한 존재가 아니고서는, 아니, 성선설이 맞다면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싶다. 이런 저주가 그저 일어나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일 말고 나약한 우리네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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