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설이 맞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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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이 맞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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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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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도 이맘때였지 싶어 인터넷을 더터 본다. 4월 26일이다. 1982년, 진달래도 흐드러지게 붉었던 화창한 봄날. 평화로운 산골 경남 의령군 궁유면 토곡리. 그 진달래는 하늘이 미리  토한 통한의 피였던가. 순경 우범곤(禹範坤·당시 27세)은 자기 근무지 경찰지서의 무기고에서 카빈 2정과 실탄 180발, 수류탄 7발을 꺼내 여러 산골마을을 미친 짐승처럼 돌면서 평화평화로운 밤시간의 주민 56명을 무차별 살해했다.
 이 악마의 저주 같은 사건에 사람들은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로 한동안 왈가왈부했다. `인간 본성은 선한 것이지만, 그 덕성을 계발하는 교육을 받지 않으면 성정이 악해진다.’는 게 전자의 요지다. 이에 반해 순자는 사람의 천부적 욕망에 주목하고, 그것을 방임해 두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은 악이라고 규정했다.
 정반대의 입장에 선 주장들이지만 양자 모두는 사람들에게 수양을 권하여 도덕적 완성을 이루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양자는 같은 말을 달리 표현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맹자 순자의 이론을 떠나 아무래도 성악설이 맞는가 보다. 무차별로 총질하는 자들이 교육을 받지 않은 예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 버지니아공대 재학 중이던 이주 한인 학생 조승희가 동료 학생과 교수 등에게 무차별로 총을 난사, 32명을 살해하여 전 세계를 슬픔의 바다로 만들고 있다.
 몸뚱이에 저주를 똘똘 감아 지녔던 악마의 화신이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 본디 악한 존재가 아니고서는, 아니, 성선설이 맞다면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싶다. 이런 저주가 그저 일어나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일 말고 나약한 우리네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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