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기준금리가 “올해 안 어느 시점”부터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얘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연준 의장의 입에서 구체적으로 시기가 적시된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당장 달러화는 오르고 뉴욕 주가와 국제 금값은 하락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는 한편 중앙은행 발권력을 동원해돈을 무제한으로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다가 작년 10월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다. 이번에 옐런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은 미국 경제가 충분히 회복됐고 이제는 오히려 과열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통화 정책을 정상화시키겠다는뜻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9월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옐런 의장의 발언이 나온 만큼 우리도 이제는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을 상수로 놓고 정책을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반대로 낙관론자들은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통화정책이 미국과 차별화돼 있고 다른 신흥국과 달리 우리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경기가 좋아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나쁠 것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또 한가지 걱정스러운 부분은 제반 경제 여건상 우리의 통화·재정 정책이 미국의 그것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오더라도 우리나라는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한국은행이 미리 금리를 한두 차례 내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 우리도 금리 인상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1100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 인하나 추경 편성을 저울질하는 통화·재정 당국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책 수단이 제한된 상황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이럴 때일수록 지나친 우려나 낙관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판단해 최적의 정책적 균형점을 찾아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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