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북한군의 의무복무기간은 보병부대는 10년, 특수부대는 13년이다. 우리나라보다 5배 이상이다. 약 120만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10~20년을 한 부대에서 복무하면서 사실상 ‘전쟁기계’로 육성된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휴전선 부근에 배치된 병사는 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전방에 배치되면 휴가도 제대로 갈 수 없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의 군입대 기피 현상이 해가 갈수록 늘어 김정은 정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탈북자들이 전하고 있다. 급식과 후생이 엉만인 상태에서 전방 근무 병사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끝난 남북고위급 접촉은 사실상 ‘무박(無泊) 4일’의 강행군 속에서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과 북 대표들이 쉴 틈도 없이 얼굴을 마주 대고, 식사나 잠을 현장에서 해결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북한은 ‘무박 4일’의 협상기간에 오로지 ‘확성기’이야기 밖에 하지 않았다는 게 회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정은이 우리의 대북확성기방송 중단에 목숨을 걸었다는 얘기다. 그만큼 대북방송이 김정은에게 치명적이라는 말과 통한다. 북한이 절대 들어줄 것 같지 않던 이산가족상봉에 합의한 것을 봐도 그렇다. 이산상봉 카드를 받아들여야 했을 정도로 대북방송 중단에 목숨을 걸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북방송과 관련해 미 뉴욕타임스가 31일자에 ‘대북확성기 방송을 통해 휴전선 북한지역으로 울려퍼지는 K팝 뮤직’을 대서특필했다. ‘북한을 자극하는 남한의 팝뮤직 공격(To Jar North, South Korea Used a Pop-Music Barrage)’이라는 기사에서 “신바람나는 핫팬츠의 안무로 잘 알려진 달콤한 캔디그룹 ‘소녀시대’가 어떤 정치적인 성명보다 얼어붙은 한반도의 주요 무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휴전선 부근에 대형 TV가 설치됐다. 북한 병사들에게 월드컵 경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골을 기록하고 승리할 때 북한군 막사에서도 탄성이 울려왔다. 비록 북한은 월드컵에 참가하지도 못했지만 젊은 사병들은 대한민국의 경기에 열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로부터 2년 후 김정일 정권이 남북군사회담에서 대북방송 중단을 애걸복걸한 것도 다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북한의 지뢰도발에 재개된 대북방송은 그 내용이 크게 과격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번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김정은은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정도다. 오히려 한류스타 아이돌인 아이유와 소녀시대 노래가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평생 보도 듣도 못한 노래와 율동에 북한 병사들이 사족을 못쓴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자기 약점을 들춰내는 방송도 못마땅하지만 북한 병사들이 아이유와 소녀시대에 눈이 돌아가는 모습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을 게다.
뉴욕타임스 보도처럼 케이팝이 얼어붙은 한반도의 주요 무기가 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소녀시대와 아이유, 빅뱅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한류스타, 아이돌이 있다. 시스타가 있고, 에이핑크, 나인뮤지스, 인피니트, EXO, 동방신기 역시 소녀시대 못지 않은 신병기(新兵器)다. 이들이 휴전선 대북확성기방송에 등장하고 이들의 안무(按撫)가 DMZ 전광판에 올려지는 순간 북한군의 동요는 갈 데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자유분방하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지키는 수단은 최신무기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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