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201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는 세계와 한반도 역사에 결정적인 순간으로 각인(刻印)됐다. 1954년 10월 북한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과 함께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했던 바로 그 톈안먼 성루에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선 것이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시진핑 주석 옆 진정한 친구는 북한 김정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논평했다.
북한 대표 최용해 당 총서기는 톈안먼 성루(城樓) 맨 끝자리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60여년 만에 형제국가라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얼마나 소원해졌는지 이처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또한 과거 전쟁을 치른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60여년만에 어떻게 극적으로 전개됐는지를 톈안먼은 증언하고 있다. 국제관계 전문가는 “북한이 사실상 퇴출(退出)되는 단계에 들어간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201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은 이처럼 극적이고 역사적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시진핑 주석을 무려 6번 만났다. 북한 김정은은 중국에 발끝도 들여 놓지 못했다. 중국 아니라 외부 세계에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북한인권회복운동을 하는 탈북자단체는 곧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나란히 선 사진이 실린 전단을 북한 전역에 뿌릴 계획이다.
‘불세출의 지도자’이신 김정은 동지가 중국 전승절 행사에도 가지 못한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까? 최용해가 외국사절단 끝자리에 서있었다는 사실이나 보도할 수 있을까?
중국은 북한의 김정은을 초청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좌석 배치 등에 특별 대우를 원했으나 중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김정은으로서는 할아버지 김일성이 섰던 자리에 서고 싶었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국제적 골칫거리인 김정은을 시 주석 바로 옆에 세우기 난처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북한의 전승절 직전 DMZ 지뢰도발에 격분한 상태다. 북한과 김정은의 고립이 점점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61년 전 김일성과 마오쩌둥 주석은 한국전쟁 휴전 직후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과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10년 인연의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사열한 중국군은 60여년 전 우리를 침략했던 군대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나란히 우리를 침략했던 군대의 사열을 받은 것은 역사의 대전환을 선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과 중국측의 극진한 예우에 배 아픈 건 북한만이 아니다. 70년 전 우리와 중국을 침략했다 처절하게 패배하고 쫓겨간 일본도 속을 끓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에 악담을 퍼붓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참석에도 못마땅하다고 시비를 건 일본은 동북아와 세계의 무대에서 ‘왕따’ 신세다. 일본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미국도 일본의 과거 전쟁범죄와 그 범죄를 참회하지 않는 패륜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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