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지역구 살리고 비례대표 줄여야
  • 김용언
농어촌 지역구 살리고 비례대표 줄여야
  • 김용언
  • 승인 20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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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지역구’가 중요한가? ‘비례대표’가 소중한가? 지금 정치권은 국회의원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구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비례대표를 확대 또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새정련 안에서도 당 지도부와 농어촌 출신의원의 생각이 다르다.
 문제의 발단은 “지역구 인구편차를 2대1로 조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이렇게 되면 인구가 적은 농어촌은 지역구가 사라지고 대도시 선거구만 늘어난다. 심지어 4개 군(郡) 또는 5개 군, 6개 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는 케이스까지 등장한다. 국회의원 1명이 4개 군, 5개 군, 6개 군을 정신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20일 내년 총선 지역구 숫자를 244석에서 249석으로 일단 조정했다. 이렇게 되면 영호남과 강원도 일부 선거구가 인구 미달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되면 6개 군이 한 선거구로 되는 곳이 2개, 5개 군이 한 선거구 되는 곳이 2개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4석 줄고 강원은 2석 줄어 농어촌 지역 선거구가 대폭 축소하게 된다”며 “새누리당은 (지역구 1개당) 4개 군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 숫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자고 했다”며 비례대표 축소 방침을 공식화 했다. 인구대표성도 중요하지만 지역대표성 역시 긴요하다는 얘기다.
 새정련의 문재인 대표는 비례대표를 단 1석도 줄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농어촌 출신의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특히 도시 출신이 많은 ‘친노’와 달리 농어촌, 특히 호남 출신이 많은 ‘반노’비주류는 문 대표의 비례대표 고수 주장이 비주류를 축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당내 농어촌 출신의원들과의 만남조차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농어촌 지역 의석수가 줄어드는)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지도부가 비례대표 유지는 선(善)이고, 농어촌 지역구를 포함한 의원 정수 문제는 악(惡)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당 지도부가 이 문제에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김태년 의원은 친노 핵심이다. 전남북 의원 전원은 “농어촌 특별선거구를 도입하라”는 성명까지 낸 상태다. 새정련 농어촌 출신들은 새누리당 농어촌 출신들과 의기가 투합한다. ‘농어촌 특별선거구’ 요구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했다. 국회의원선거구 획정 문제로 친노와 반노 간 갈등이 재발할 소지마저 있다.
 여야 농어촌 출신들의 주장은 ‘농어촌측별선거구’를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제주, 세종 사례와 마찬가지로 각 도에 1석 이상 특별선거구를 만들자는 예외 조항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주와 세종은 ‘각 시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최소 3인으로 하며, 세종특별자치시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1인으로 한다’는 공직선거법(21조) 규정에 따라 각각 3석과 1석이 배정돼 있다.
 문제의 핵심은 문재인 대표가 ‘비례대표’에 집착하는 데 있다. ‘친노’ 핵심의 상당수가 ‘비례대표’ 출신이기 때문에 이 제도에 큰 미련을 갖고 있는 듯하다. 새정련 비주류에서는 문 대표가 차기 대권 도전을 앞두고 자기 세력을 많이 심기 위해 비례대표를 활용할 생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례대표는 헌법에 명문화된 제도다. 또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2 대 1도 인구대표성을 상징화한 것이다. 그러나 인구대표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지역대표성이다. 5개 군, 6개 군에서 국회의원 1명을 배출하면 각 군은 그만큼 소외될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를 살려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더구나 ‘비례대표’는 국민들 눈에 부정적이다. 6·25 영웅 백선엽 장군을 “민족반역자”라고 매도한 국회의원, 술마시고 세월호 유족과 함께 대리기사 폭행에 가세한 국회의원, 술에 취해 탈북자들에게 몹쓸 소리를 한 국회의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국회에 불러 놓고 “한·일 축구전이 열리면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이냐”고 실없는 질문을 한 국회의원…. 이들 모두가 비례대표들이다. 농어촌 지역구 축소는 안 된다.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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