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문재인 대표에게 ‘부산 출마’를 권고하고, 김한길·안철수·정세균 전 대표에게는 ‘적지(敵地)출마’를 종용하면서 정치권에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 새정련 문재인 ‘빅매치’ 가능성이 점쳐지는가 하면,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문 대표에게 “내년에 광주에서 붙자”고 공개 도전장을 던졌다. 새정련 혁신위에 의해 해당분자로 찍힌 조경태 의원은 “공천을 안 주면 무소속으로 문 대표와 맞붙겠다”고 선언했다. 선거가 아니라 완전히 개그콘서트에 가깝다.
새정련 조국 혁신위원은 24일 “(당 중진에게 적지에 출마해 달라고 한 혁신안은) 공평하다” 면서 “예컨대 (문 대표가) 김무성 대표가 있는 영도구에 가면 아주 만만치 않은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문 대표에게 부산 출마를 권유한 것보다 한걸음 더 나간 발언이다.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 때 이미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대표에 당선된 바 있다. 이런 문 대표에게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촉구한 것인데, 조국 위원은 아예 “영도구에 출마해 문 대표와 진검승부를 벌이라”고 결전할 선거구까지 명시한 꼴이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심사숙고 하겠다”고 했다. 애매한 반응이다. 정치인이 선거구를 옮기는건 예삿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19대 총선에 사상구에서 출마해 당선된 문 대표가 영도구 출마를 ‘심사숙고’하겠다는 반응처럼 들리기도 한다. 촉새들의 두 눈이 반짝거릴 호재다. 당연히 ‘김무성-문재인 빅매치’를 입방아에 올릴 빌미를 줬다.
새정련 혁신위에 의해 ‘해당분자’로 낙인찍힌 조경태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소속으로 문 대표와 붙을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붙어볼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 대표가 부산 출마하는 게 무슨 혁신안이냐. 그걸 가지고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것 자체가 소가 웃을 일”이라고 혁신위를 맹비난했다. 그는 천정배 의원이 자신을 영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데 대해서는 “많은 뜻있는 분들과 바른 정치를 세우는 데 함께 고민을 해야 할 시기”라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새정련 혁신위가 새정련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충격을 던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국회의원선거를 무슨 흥행(興行) 또는 퍼포먼스처럼 가져가려는 움직임들이 그 증거다. ‘김무성- 문재인 빅매치’가 그 것이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광주에 출마한다면 어디든지 붙어 볼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 또한 또다른 사례로 꼽힌다. 천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문 대표가 새정련에 대한 호남 민심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광주에 출마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표는 부산 영도에 이어 광주 출마도 고민해야할 처지가 되어버렸다. 내년 국회의원선거가 이처럼 희화화(戱畵化)된 데에는 새정련 혁신위 책임이 크다. 혁신위가 문 대표에게 ‘부산출마’를 권고한 반면 안철수·김한길·정세균 전 대표에게 “적진으로 나가라”고 사실상 ‘내치는’ 결정을 함으로써 문 대표가 도마에 오르게 돼렸다. 부산출신 문 대표에게는 ‘안방 출마’를 권고한 반면 다른 중진들을 ‘사지(死地)’로 내몬 결과다. 그러니 혁신위를 조롱하기 위해 문 대표를 안주로 삼는 꼴이 돼버렸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요체(要諦)다. 민의(民意)를 확인하는 엄숙한 행사다. 새정련 혁신위가 특정 정치인에게 “여기로 저기로 나가라”고 등을 떠밀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지역구 출신 정치인은 그 지역구 주민들에게 다짐한 약속이 있다. 새정련은 국회의원선거를 개그콘서트로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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