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죽여버렸으면”이란 한홍구 부친의 한탄
  • 김용언
“박정희 죽여버렸으면”이란 한홍구 부친의 한탄
  • 김용언
  • 승인 201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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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발언으로 시끄럽다. 2014년 11월 28일 초청강연(세월호를 통해 본 한국현대사)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그는 “아 그때 (박정희를) 딱 죽여버렸으면 우리역사가 조금은 바뀝니다”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서울 강남의 한 선생이 수업시간에 틀어줬다가 학생으로부터 ‘이념편향교육’으로 신고당했다.
 한 교수 발언은 이렇다. “저놈(김창룡)이 많은 사람을 죽였거든요. 그런데 그때 죽여도 될 사람 하나 살려줬어요. 남로당이 한국군부에 침투시킨 최고위 프락치였으니까 죽여도 여러 번 죽였어야 할 자인데 그놈이 잡히니까 ‘김창룡을 만나게 해 달라’ ‘김형 나 좀 살려주쇼’ 그랬더니 살려줬어요. 그때 딱 죽여버렸으면 우리역사가 조금은 바뀝니다. 대통령이 두 자리는 확실하게 바뀌어요. 박정희니까. 그때 죽여버렸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죠. 우리 언니(박근혜)는 태어나기도 전이에요. 오늘의 박근혜를 있게 한, 오늘의 박근혜가 있기까지는 뭐 이런 분들의 다 은덕이 있는 거죠.”
 한 교수 발언에 대한 평가가 조심스럽다. 한 교수 식으로 과거를 재단하자면 한 교수에게 더 험악한 말을 퍼붓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속에 있는 생각대로 한 교수를 평가했을 때 그가 그 평가를 수용할지도 불확실하다. 그의 문제 발언을 압축해 소개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강한 불만을 쏟아 낸 것에 비춰봐도 그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해 보인다. 대신 한 교수의  아버지 고 한만년 일조각 사장이 쓴 아들에 대한 비판 칼럼을 소개한다. 2004년 세상을 떠난 한 사장은 1989년 7월 20일 국민일보 칼럼에 ‘막내, 넷째아들’인 한 교수를 언급하며 “미련한 인간”이라고 한탄했다. 한 교수 부친의 ‘한탄’이 “박정희 죽여버렸으면“이라는 막말 때문에 26년 만에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에 20일 실렸고, 데일리안, 뉴데일리, 조갑제닷컴에 게재됐다.
 <요즈음 내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을 만큼 화가 치밀고 놀라기도 하는 것은 아들 중의 막내인 넷째를 생각할 때이다. 학과를 선택한 이놈은 ‘언더서클’에 열심히 다니다가 무슨 사건인가에 관련이 있다 하여 결국 예정보다 일찍 군 복무를 하는 신세가 되었었다. 아무튼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간다길래 학문을 하려나보다 생각해서 뒷바라지를 해 주었다.

 석사과정을 끝내고 나서도 뭉그적거리고 박사과정에 입학을 안 할 뿐더러 취직도 안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현대사 연구가’라는 희한한 신분을 자처하며 잡지에 글을 쓰지를 않나, TV좌담회 화면에 튀어 나오지를 않나, ‘강의 준비’와 ‘저술 원고’에 바쁘다 하여 부모형제조차도 만나보기가 힘들 지경이 되었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 하루는 앞에 불러놓고 정색을 하며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너무나 놀랍고, 슬프고, 분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하루 종일 줄담배를 피우기만 했다. 내 앞에 있는 애는 미개척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는 소장학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애비가 발견한 아들 모습은 너무나 슬프게도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그리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미련한 인간 그것이었다. 6·25를 몸으로 겪은 부모가 김일성에게 품은 증오와 경계, 그리고 전쟁통에 죽고 다치고 피난 다닌 공포를 ‘구세대’의 상투적인 잔소리 정도로 치부하다니…
 가만 보자 하니 저 혼자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남의 자식까지도 혼란시키고 있는 것으로, 애비된 도리로서 다른 부모들에게도 면목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해 가며 이것저것 타일러 보았으나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 같이 자기들만이 진리를 알고 있고, 자기들만이 세상을 구원하고 있다는 식이다.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자식이 시대착오적인 좌경(左傾)이나 용공(容共)세력에 관련되어 수사기관에 불려다니는 것은 어느 부모나 소름끼치도록 싫은 법이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자식이 너무 늦게 제 미련함을 깨닫거나 혹은 끝끝내 깨닫지를 못한 채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제 인생을 낭비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악몽과도 같은 시나리오다.>
 한만년(1925~2004) 선생은 출판사 일조각(一潮閣)을 설립, 수많은 학술서적을 펴낸 출판계의 존경받는 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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