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인석’ 에도 못 앉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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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인석’ 에도 못 앉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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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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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새누리당 ‘팩스 입당’으로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왜 새누리당에 입당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그는 새누리당 입당 시도 동기에 대해 “내가 국정원장을 마치고 나온 뒤 사회생활에 상당한 불편이 있었다”며 “지하철 노인석에 타는 것도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점에서 불편하냐’는 물음에 “국정원 퇴직자 모임에서도 나를 경원시합니다. 한 모임에서는 강제로 축출당한 적도 있어요. 대학 동창회 회보에 글을 실으려면 회원들이 ‘왜 저런 종북 좌파의 글을 싣느냐’고 비판을 합니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경력이 사회생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자복이다.
 김 전 원장은 “지하철 노인석에 타는 것도 불안하다”는 이유를 “지하철을 자주 타거든요. 나이가 들어서 노인석에 앉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노인 몇 명이 어울려서 타게 되면 약간 불안해요. 보수성향 시각을 가진 분들이 나에게 모욕을 주거나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보수층 노인들로부터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지배당하고 생활한다는 고백이다.
 그는 “실제로 봉변을 당한 적도 있느냐”는 물음에 “실제로 당하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상당히 불안해요. 그럴 때면 젊은이들 앉아 있는 자리로 옮겨요. 사생활에 불편이 있습니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은 1946년생으로 우리 나이 70이다. 그런데도 국가안보를 책임졌던 국정원장 출신이 ‘종북 좌파’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지하철 경로석에 앉는 데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자복하고 있는 신세다.

 김 전 원장은 “내가 입당원서를 내면 새누리당이 환영 성명서를 내거나 환영 행사를 해 줄 걸로 생각했다”면서 “국정원장을 지낸 내 전력(前歷)으로 봤을 때 정부·여당 입장에서 대북정책, 안보정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것으로 봤다”고 했다. 본인으로서는 ‘종북 좌파’라는 딱지를 떼고, 정부 여당은 김 전 원장 입당으로 ‘종북 좌파’가 전향했다고 선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 와중에서 진보진영이 ‘친일인명사전’의 배포와 ‘반헌법행위자열전’ 발간 방침을 밝혔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로 규정한 내용이다. 보수단체들은 이에 맞서 올해 말까지 종북인명사전을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종북세력청산범국민협의회는 최근 ‘종북인명사전 발간을 위한 준비포럼’을 개최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종북 좌파’라는 딱지가 붙어 지하철 노인석에 앉는 것조차 불편하다고 고백했다. 노인들로부터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원장처럼 ‘종북 좌파’는 이 시대의 ‘주홍글씨’다.
 그런데 건국 대통령과 산업화의 영웅인 전직 대통령을 ‘친일’로 규정한 사전을 일선학교 도서관에 배포하겠다는 게 진보진영의 계획이다. 친일사전이 존재한다면 ‘종북인명사전’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친일이 나쁘다면 ‘종북’ 또한 척결 대상이다. 친일도 안 좋지만 종북은 더 나쁘지 않은가.
 김 전 원장이 진정 새누리당에 입당하기를 원한다면 노무현 정권에서 한  활동을 ‘커밍 아웃’하는 게 먼저다. 왜 ‘종북 좌파’ 소리를 듣게 됐고, 왜 지하철 노인석에조차 앉지 못하는 신세가 됐는지 그 앞뒤 사정을 먼저 고백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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