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새해 예산안 처리 때가 되면 반복되는 국회의 구태가 갈수록 기가 막힐 정도다. 3일 새벽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기까지 여야가 보여준 모습은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나라 살림은 안중에도 없는듯한 예산 나눠먹기, 예산을 볼모로 한 법안 끼워팔기, 전혀 관계없는 법안 간의 맞바꾸기 등 가히 ‘창조적 구태’로 얼룩졌다고 부를만 하다. 법정시한(2일 자정)보다 불과 48분 늦은 비교적 이른 시점에 예산안은 처리됐지만, 의미는 퇴색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여당이 예산안과 법안처리 연계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다. 그동안 야당의 법안 연계전략에 당해온 여당이 작심이나 한 듯한 모습이었다. 국회에 일부 경제활성화법안이 3년째 계류 중인 상황이 이해는 가지만,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했던 연계전략을 스스로 선택한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야당은 여당의 법안 연계전략을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 처리로 맞바꿨다. 그래서 여당이 원했던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 등 2개 법안과 야당이 요구한 모자보건법, 전공의보호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등 3개 법안이 처리됐다. 예산안과 아무런 관계없는 법안의 끼워팔기와 여야 간 정치적 흥정·거래가 또 이뤄진 것이다.
법안 연계전략과 끼워팔기가 횡행하게 된 것은 사실상 5분의 3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어느 정당도 쟁점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도록 만든 소위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 탓이 크다. 예산안의 경우 여야 합의가 없을 경우 정부가 제출한 원안의 자동 본회의 부의를 선진화법은 규정해 두고 있다. 여당은 이번에 이를 최대한 활용해 총선용 예산 반영이 필요했던 야당을 압박했다.
물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등에서는 야당이 선진화법을 백분 활용했다. 여야 내부에서 선진화법 개선에 대한 얘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나 예산안 처리 등이 끝나면 매번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에는 실천할 수 있는 ‘대안’ 마련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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