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의 심술
  • 김용언
엘니뇨의 심술
  • 김용언
  • 승인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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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심술(心術)은 시기(猜忌)와 질투(嫉妬)를 좌우에 거느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리스신화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 아름다운 여신 헤라는 우아한데다 정숙하기까지 했다. 그런 헤라도 제우스의 바람기는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제우스의 여자’들에게 참혹한 형벌 내리기를 서슴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처녀의 머리카락을 모두 뱀으로 만들어버리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질투의 화신이 된 셈이다.
 우리 속담엔 ‘모과나무 심사’라는 것도 있다. 향긋하고 버릴 게 없는 모과 열매가 들으면 매우 섭섭해 할 소리이지만 심술쟁이의 다른말처럼 쓰인다. ‘고전 흥부전’에 모과나무 심사들이 열거돼 있는 대목이 나온다. “중놈 보면 대테매기 남의 제사에 닭 울리기 행길에 허공 파기 비 오는 날 장독 열기라 이놈의 심사 이러하야 모과나무 같이 뒤틀리고 동풍 안개 속에 수수잎 같이 꼬인 놈이 무거불칙하되…” 이밖에도 심술행위의 사례는 무궁무진하달 정도다. ‘호박에 말뚝박기’ ‘논두렁에 구멍뚫기’….

 요즘 날씨가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 한 여름 가뭄이 늦가을까지 극심하더니 초겨울 들어서자 장맛비로 돌변해버렸다. 때문에 곶감의 고장 상주에선 4백 수십억 원대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울상이다. 상주 곶감은 일례에 지나지 않는다. 콩과 마늘 농사를 망쳐 하늘을 원망하는 소리가 사무치고 있다. 이것도 일례다. 피해를 입지 않은 농작물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어제 오늘 비가 또 내리고 있다. 지난달 내린 비만하더라도 평년의 3배나 된다고 한다. ‘겨울장마’가 계속됐다고 저수량이 풍족한 것도 아니다. 찔끔거리는 비가 햇볕만 가리고 있다. 비가 그치면 내일부터는 추워진다는 소식이다. 엊그제만해도 낮 기온이 10℃를 훨씬 웃돌던 날씨다. 날씨 변덕은 엘니뇨 때문이라고 한다. 스페인말의 뜻 그대로 ‘어린애’의 심술이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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