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전투와 야전병원의 응급실 풍경을 담은 영화가 떠오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무기여 잘 있거라’. 다만 한 사람이라도 살려 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군의관들의 헌신이 눈물겹다. 우리 영화로는 얼마전 상영된 ‘연평해전’의 피 튀기는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국민의 애국심에 불을 붙인 영화이기도 했다.
실제 상황을 눈앞에서 보는 듯 하게 써내려 간 작품의 한 대목을 옮겨본다. 박경리의 ‘市場과 戰場’이다. “○○군단 야전병원에는 끊일 줄 모르게 부상병이 실려들어왔다. 부상병들이 실려 들어오는 만큼 시체는 병원밖으로 실려 나간다. 운반차 속에서도 죽고, 들것 위에서도 죽고, 야전병원 뜰에서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물 달라고 소리소리 치다가도 죽어갔다. 폭풍에 얼굴 살점이 다 달아난 병사, 빠져나온 눈알이 흐물흐물 움직이며 연방 피가 쏟아지는, 팔과 다리를 잃은 병사, 창자가 터져서 파리가 엉겨붙고 숨을 쉴 때마다 분수처럼 피가 솟구치고, 먼지와 비린내와 땀 …. ”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 ‘응급실 진료비 대불제도’다. 정부가 일단 진료비를 내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제도다. 지난 1995년에 도입했다. 21년이나 됐는데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정부도 병원도 홍보에 열성을 보이지도 않는다. 악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나 보다. 경북에서 지난해 이 제도를 이용한 실적은 235건에 6600만원뿐이라고 한다. 좋은 제도인데도 있으나 마나다. 누구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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