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태양을 닮은 정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 이경관기자
황금빛 태양을 닮은 정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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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전문가 ‘마틴 베일리’ 험난한 역사 속 반 고흐 작품 생존 궤적 담아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화가 폴 고갱은 “화가는 그가 그린 꽃 뒤에 숨어 있어도 사람들이 그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모네라는 이름에서 수련을 떠올리듯 반 고흐라는 이름에서 우리는 쉽게 해바라기를 떠올린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가 그린 해바라기는 뇌리에 남아 있다.
 언제 어디서 처음 보았는지, 자신이 어떻게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알고 있는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무언가 마음을 끄는 황금빛 해바라기 송이들을 마주하는 순간 그 뒤에 숨은 ‘화가’ 반 고흐를 만날 수 있다.
 마치 고갱이 그린 반 고흐의 초상화 제목처럼 ‘해바라기 화가’는 그렇게 태양과도 같은 열정을 품고 여전히 그림 속에 살고 있다.
 반 고흐 전문가로 불리는 마틴 베일리가 쓴 ‘반 고흐의 태양, 해바라기’는 반 고흐 사후, 1·2차 세계대전 등 험난한 역사 속에서 그의 작품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팔려나가 현재 우리들 곁으로 오게됐는지 그 여정과 궤적을 담은 책이다.
 마틴 베일리는 1980년대부터 반 고흐 연구를 시작해 두 차례 전시회를 조직했고 그에 대해 집중적으로 글을 써온 저명한 반 고흐 전문가다.
 그는 책에서 ‘왜 반 고흐가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해바라기 정물화 연작을 그렸는지’ 이야기할 뿐 아니라 반 고흐 사후 ‘일곱 점의 해바라기가 겪는 실로 놀라운 모험과 여정을 탐구’한다.
 “그러나 다음 해, 새로이 해바라기가 몽마르트르 기슭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해바라기는 재빨리 반 고흐 내면으로 파고들어 그 중심에 서게 된다. 선명한 노란색과 태양 같은 꽃잎, 그리고 순전히 크기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하는 해바라기가 반 고흐의 상상력에 불을 붙였다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몽마르트’ 중에서)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우며 희대의 걸작이라 불리는 ‘해바라기 정물화 연작’을 탄생시킨 반 고흐 생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2부에서는 시대의 불운을 온몸으로 부딪히고 종국에는 미술사에서 전무후무한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한 예술가가 남긴 걸작이 누구의 손에 의해 어떤 경로로 지금의 장소에 가게 되었는지 그 자취를 주도면밀하게 추적한다.
 그가 고갱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는 자네가 나쁜 선택을 했다고 생각지 않네. 자냉에게는 모란이 있고, 쿠스트에게는 접시꽃이 있듯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해바라기를 택했으니까”라고 말한 것처럼, 반 고흐는 어느 예술가보다 앞서 이 태양처럼 빛나는 노란 꽃을 선택하고, 집착적으로 그렸으며, 자신을 상징하는 꽃으로 취했다.

 책에는 실로 놀라운 단서가 빼곡하다. 이러한 자료들은 단순히 추측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공들여 찾은 연구의 결과물이다.
 그중 해바라기 정물화 연작에 사용된 꽃병과 반 고흐가 귀를 훼손한 사건의 전말, 반 고흐에게 캔버스를 팔았다는 어느 노부인과의 만남, 그리고 1914년과 1939년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참혹한 전쟁 속에서 폐기 처분될 뻔 한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는 과정 등 반 고흐의 삶과 작품 속에 녹아든 흥미로운 이야기가 쉼 없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해 사건 전말을 푸는 비밀의 열쇠 부분이다.
 지금까지 반 고흐가 귀를 훼손한 계기를 두고 정신질환 또는 고갱과의 관계 악화 등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저자는 반 고흐가 귀를 훼손한 후 그린 ‘양파가 있는 정물화’를 통해 귀를 자르게 된 것에는 동생 테오와 관련돼 있음을 파악했다.
 저자는 그림 속 묘사된 물건들 중, 그림 오른쪽 하단에 위치한 봉투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2010년 런던의 로열아카데미에 이 작품이 대여됐을 때 작품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봉투에 찍힌 세 개의 소인은 편지가 1888년 12월 23일 동생에게서 받은 것임을 알게됐다고 한다.
 연구를 거듭한 결과, 그 편지에는 테오의 약혼을 알리는 소식이 적혀있었던 것.
 결국 저자는, 반 고흐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이상 동생의 지원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했고, 그것이 자해를 촉발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반 고흐는 비평가 오리에에게 자신의 해바라기들이 “‘감사함’을 상징하는 아이디어의 표현”이라고 밝혔다.”(‘우리의 것이다’ 중에서)
 빛과 색을 사랑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에 감사했고, 그에 대한 표현으로 해바라기를 그렸다.
 별이 빛나는 밤을 지나 아침이 밝아오면, 별 빛은 해바라기 위에 앉아 고흐의 세상을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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