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컴퓨터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서울에서 진행된다.
9~15일까지 5번기로 치러지는 반상 대결에는 프로바둑 최정상 기사인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맞상대로 나선다. 이세돌 9단은 승리를 확신한다고 공언했고, 구글 측도 알파고의 우세를 자신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바둑팬들은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진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최정상 기사를 상대로 어떤 전적을 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둑에는 문외한인 일반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우승 상금이 100만 달러가 걸렸지만 그게 초점은 아니다. 요점은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 지능의 궁극점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다.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 2단을 상대로 5번의 대국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판 후이 2단이 정상급 기사에 비해서는 다소 실력이 처지는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놀랄만한 결과임이 틀림없다. 알파고는 이후에도 진화를 거듭해 왔다고 한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까지 하는 ‘딥러닝’ 기능을 갖추고 한 달에 100만번의 대국을 소화해 왔다. 지금까지 누적 학습한 기보가 3000만건에 달한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학습속도와 분량이다.
이번 세기의 바둑 대결은 사실 인공지능 ‘알파고’로서는 밑질 게 없는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최정상 기사에게 패배한다 해도 어처구니없는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면 지적 능력을 유감없이 과시할 수 있게 된다. 단 한판이라도 승리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설령 알파고가 승리한다고 해도 바둑의 본질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창의적인 정석을 만들어내는 일도 없을 것이며, 단순한 수 싸움으로는 알 수 없는 묘미를 주지도 못할 것이다. 때론 인간적인 실수가 가장 큰 희열을 준다는 걸 인공지능이 알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만으로는 인간사회의 근간을 뒤엎을 정도의 위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로봇과 같이 컴퓨터의 능력과 사물이 결합하는 ‘사이버-물리 시스템’으로 구현될 때 파괴력을 갖게 된다. 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 말해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사이버-물리 시스템이 창의력과 도덕관념이라는 형이상학적 딜레마까지 소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사이버-물리 시스템은 상당수의 지식·서비스 관련 산업을 대체할 수 있으며 이는 잉여노동인구의 양산,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번 세기의 반상대결은 그 시점이 얼마나 가까이 와있는지 가늠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때가 왔을 때 이를 기회로 만들지, 아니면 속수무책으로 노출될지를 좌우할 결정적 요인은 다름아닌 인간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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