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자마자 해묵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권에는 정·관계 인사들이 금융권 주요 보직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이어져 ‘정피아’(정치인+마피아) ‘금피아’(금융관료+마피아) 시비가 재점화하고 있다. 현 정권 실세로 알려진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KB국민은행 상임감사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낙하산 인사들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은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금융노조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지내고,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여론조사단장을 지낸 신 전 비서관의 내정설에 대해 “금융산업에 아무런 경험도 없는 무자격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 전 비서관이 실제로 임명된다면 국민은행의 지배구조 개혁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한국투자공사(KIC) 등 금융권 협회와 공공금융기관 고위직에도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은 80명 이상이어서 연말까지 전체 공공기관 323곳 중 3분의 1가량의 기관장이 바뀔 예정이다.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총선에서 패한 여당 정치인들이 대거 공공기관장 입성을 노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주인 없는 공공기관이나 민간 금융기관에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이 임명돼 빚어지는 정피아, 금피아, 관피아(관료+마피아), 모피아(재무관료+마피아) 등 낙하산 인사 논란은 뿌리가 깊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폐해를 줄이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는 등 낙하산 인사를 막으려고 여러 장치가 도입되고 여론의 질타도 이어졌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19대 국회에서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을 논의했지만 별 진척이 없었다.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 금융권 혁신의 최대 걸림돌이기도 하다. 걸핏하면 발생하는 경영 공백, 최고 경영자의 전문성과 자질 부족으로 인한 경영 실패 사례는 부지기수다. 일례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인천공항공사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낙하산 사장에 임명된 뒤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을 뿐 아니라, 급기야는 올해 초의 수하물 대란 사태가 터지고 외국인 밀입국자들에게 보안경비망이 뚫려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부채가 520조원에 달하는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부실, 방만 경영은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는 한 결코 해결될 수 없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정, 정치 쇄신 요구에 부응하려면 낙하산 인사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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