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타계한 한국 연극계의 거목 고(故) 차범석 극작가의 대표작 `산불’이 활활 타오른다.
포항시립연극단(연출 김삼일)은 차 선생의 타계 1주기를 맞아 11일부터 이틀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산불’을 공연한다.
민족의 비극 6·25 전쟁 당시 소백산맥 자락의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한 `산불’은 `한국전쟁을 다룬 작품 가운데 최고’라는 평을 듣는 작품.
이념 갈등과 살육의 소용돌이 속에 남자란 남자는 모두 죽거나 끌려가고, 여자들만 남은 소백산맥 자락의 과부촌에 배고픔과 욕망에 굶주린 한 남자가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심리와 본질을 보여준다.
김 연출가는 “전쟁은 참혹하고 비참하다.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을, 마지막 마을이 산불에 타 없어지는 것을 무대에 펼쳐 보임으로써 인간은 강하면서도 전쟁에 있어서는 피해자라는 것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세밀하게 감정을 쌓아가야 하는 배우와 연출에겐 힘든 연극이지만 관객에게는 욕망을 드러내는 은근한 대사와 상황들로 종종 폭소를 선사한다.
김 연출가는 “`산불’은 작가의 머리와 마음에서 충분한 발효를 거쳐 창작된 치밀한 작품”이라며 “역시 한국 희곡의 `정점’인 작품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일이 선생님의 기일이어서 지인들과 함께 목포에 다녀왔다”면서 “선생님이 생존해 계실 때는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주셨는데, 1주기 추모 공연을 하려 하니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상념에 잠겼다.
한편 과부촌의 이장을 맡고 있는 과부 양씨 역은 김미라·김용화 씨가 맡았다. 마을로 내려온 빨치산 규복을 숨겨주고 그와 사랑에 빠지는 과부 점례는 최현아·윤주미 씨가 연기한다. 규복을 놓고 점례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사월은 이선아·권수정이 각각 맡는다.
포항시립연극단원들은 “극작가 고(故) 차 선생님의 1주기 추모 공연인 만큼 좀더 밀도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겠다” “누가 되지 않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의 054)270-5483
11~12일 오후 7시30분 총 2회공연. 입장료 무료.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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