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프랑스대혁명 때 루이16세 왕과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시민혁명군에 포위되었다. 그 궁전을 마지막까지 지킨 건 프랑스군대가 아닌 스위스 용병이었다. 혁명군은 달아날 기회를 주었지만 스위스 용병은 역부족인 줄 번연히 알면서 끝까지 궁을 지키다 모두 죽었다. 왕과의 계약을 저버리지 않은 거다. 한 용병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 구절이 세상에 전해온다. “우리가 신용을 잃으면 후손들이 영원히 용병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죽음으로 계약을 지키기로 했다.”(이철환 저 ‘좋은 돈 나쁜돈 이상한 돈’)
지금도 로마교황청 경비는 스위스 용병이 맡고 있다. 스위스 용병의 신용(信用) 신화는 오늘날 안전과 비밀보장의 대명사처럼 돼 있는 ‘스위스은행’이 쌓아올린 명성의 받침돌이다. 용병들이 피로써 번 돈을 관리하는 스위스은행 금고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걸로 이 나라에서 인식되었던 거다. 이 나라 은행의 안전성과 신용에는 고객의 비밀보장이 포함되는 건 물론이다.
그동안 검은 돈이든 흰 돈이든 고객의 돈은 철석같이 안전하게 지켜 주어온 스위스 은행이다. 하지만 그 스위스 은행도 돈의 안전과 고객의 비밀보장만 부르짖고 있을 수만은 없는 문제가 있다. 인류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는 핵무기다. 스위스 정부가 유엔 안보리결의 이행을 위해 자국 법령을 어디까지 개정해낼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세계는 지금 미간을 좁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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