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끝내 ‘유령국회’로 첫발을 내디뎠다.
여야 3당 간의 법정시한 내 원(院) 구성 협상 타결 실패로, 7일 소집된 20대 국회 첫 임시국회는 국회의장단과 각 상임위 소속 위원들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 달 회기를 시작하게 됐다. 1994년 원 구성 시한을 국회법에 규정한 뒤 2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국회가 이를 준수하지 않는 위법 불명예를 이어갔다.
말로만 ‘협치’, ‘일하는 국회’를 떠들고 정작 자체 조직 구성조차 마치지 못해 입법부 기능을 스스로 중단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반복하는 것은 ‘제발 일 좀 하라’는 국민 염원을 배신한 행위와 진배없다.
국회 원 구성 불발로 20대 국회에 이미 제출된 100여 건의 법안 심의는 한 발짝도 진행될 수 없게 됐고, 기업 구조조정 문제 등 당면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 보고도 국회는 들을 수 없는 상태다. 올해부터 정부 새해예산안 제출 시한이 9월 2일로 작년보다 한 달 앞당겨져 국회는 그 이전에 전년도 결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갈 길 바쁜 상황이기도 하다. 야당이 요구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진상규명 등 4개 청문회 역시 논의가 진전되기 힘들다. 헌법상의 기본 책무인 ‘입법권’ 행사가 사실상 중지된 비상 상황인 셈이다.
현행 국회법은 의장과 부의장을 국회의원 총선거 후 최초집회일에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고, 재적의원 과반의 득표로 당선토록 규정하고 있다.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타협하지 못한다면 입법부진공 상태를 막기 위해 원칙에 따라 결정하라는 여론 압박은 더 높아져 갈 것이다.
국회가 기능정지상태에 돌입한 상태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국회에도 적용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대 국회의원 1인에게는 세비와 보좌진 보수, 지원경비 등을 합해 연간 6억7000만원 정도가 지급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회가 원 구성을 할 때까지 의원들의 세비는 일할 계산으로 차감해야 한다. 국민의당이 원구성이 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최소한의 염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원내 1당과 2당에서는 아무런 얘기가 안 나오고 있으니 의아할 뿐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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