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발생한 군부의 쿠데타 시도가 6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다.
쿠데타는 진압됐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265명이 숨지고 1400여명이 부상하는 등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차 수도 앙카라를 비운 사이 일부 군병력이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 국제공항 등을 장악했지만,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격렬히 저항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발생 6시간 만에 이스탄불 공항에 나타나 ‘쿠데타는 실패했다’고 선언하고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를 모조리 쓸어내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한목소리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터키 정부를 지지하고 쿠데타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쿠데타를 진압한 터키 정부는 쿠데타 세력 3000여명을 체포하는 등 ‘피의 숙청’을 예고했다. 헌법재판관 1명을 체포하고 판사 2700여 명을 해임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사형제 부활 움직임까지 있다고 한다.
에르도안 정권이 이번 쿠데타 시도를 계기로 군부뿐만 아니라 사법부 내의 반대 세력을 대대적으로 숙청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국제사회는 쿠데타 실패의 후폭풍을 우려하고 터키 정부에 법치를 강하게 주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터키의 모든 당사자가 법치에 따라 행동하고 추가 폭력이나 불안정을 야기할 어떤 행동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정권이 이번 쿠데타 시도를 정적을 제거하는 기회로 이용한다면 쿠데타군의 탱크에 맨몸으로 맞선 터키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게 됨은 물론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는 터키의 정정이 불안해지면 국제사회의 대(對)테러전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터키는 국경을 접한 시리아의 난민 수백만 명을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수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나선 국제동맹군에 자국 공군기지를 제공하는 등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에르도안 정권이 14년째 철권통치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에도 이런 배경이 크게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터키 정부가 조속히 혼란을 수습하고 정국을 안정시키길 바란다.
한편 프랑스 니스에서 일어난 ‘트럭 테러’와 터키의 쿠데타 시도는 우리 여행객의 안전 및 재외국민 보호 대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이번에도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우리 국민 120여명이 한때 발이 묶이는 일이 있었다.
정부는 17일 국민안전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을 점검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테러가 빈발하는 지금 재외국민 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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