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느닷없이 ‘나마나’라고 하면 외계어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나마나’, ‘먹으나마나’처럼 말을 만들어 나가면 우리말의 특징이 배어나온다. 가령 “올챙이 다이어트 하나마나지. 그 배 어디 갈까”라고 한다면 ‘빨래판 복근’을 염원하는 배불뚝이의 기가 꺾일 게다. 어느 국어사전의 예문은 “그 놈은 가르치나마나 출세하기는 글렀다”고 했다. 사교육비 뒷바라지에 지친 아빠의 탄식일까.
관청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나마나’를 끌어다 붙일 대목이 확 불어날 것 같다. 큰소리 치던 사업에 성과가 없으면 ‘예산배정하나마나’가 된다. 어깨띠 두른채 주먹을 하늘에 대고 흔들어가며 청렴을 다짐했건만 비리가 터지면 ‘청렴선서하나마나’가 아닌가. 여자옷 입고 생뚱맞은 짓을 하는 공무원은 ‘바지 입으나마나’가 될 게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방제 지역협의회란 것을 구성해 운영한 실적을 따지고 있다. 뚜껑을 열고 보니 경북도는 2년이 넘도록 협의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경주는 작년 1월 한 차례 열었다. 그나마 나머지 14개 시·군은 방제 지역협의회란 것을 구성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산림청 지시 하나마나인 꼴이다. 이에 뿔이난 산림청은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경북도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래본들이다. 서류상으로만 돌아다니는 기관경고는 있으나마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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