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지난 14일 아침나절의 기분은 정말 ‘엿’이었다. 일요일의 달콤한 늦잠을 기꺼이 포기한 그 두 시간이 허망했다. 일곱 시부터 90분 동안 온두라스와의 축구 8강전을 중계하는 TV에 눈을 고정시켰던 우리 국민들의 아쉬움과 허탈감은 속된 말로 엿 그것이었다. 불과 사흘 전 멕시코전에서 한껏 엔도르핀 를 누렸던 올림픽 축구가 이렇게 사람의 기분을 잡쳐놓을 줄이야. 그라운드에 뛴 선수들보다 더 용이 쓰였고 폭염보다 더 미칠 지경이었다. ‘저런 기회를 놓치다니…’ 그러나 그게 축구다.
14년 전 안방에서 치른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이미 4강의 신화를 쓴 우리 축구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3등으로 동메달도 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번 올림픽축구야 말로 대단한 성적 아닌가. 축구 전차군단이라는 독일과 비기고, 우승까지 넘보던 멕시코를 제치고, 비록 약체라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 오른 피지를 8대 0으로 눌렀다. 자력에 의한 조 1위로 8강에 오른 성적이 어디 운 따위로 될 법이나 한 일인가.
영일만대기전국유소년축구대회가 내일(20)과 모레 양덕스포츠타운에서 열린다. 꿈나무들을 잘 길러 미래의 한국축구를 맡기자는 취지로 본보가 제정한 대회다. 전국에서 64개 팀이 참가해 유망주들이 총출동한다. 그야말로 아직 익지않은 ‘풋볼’의 잔치가 될 거다. 우리는 언제나 이기는 A매치만 좋아하지만, 영웅은 어느 날 하늘에서 두레박 타고 내려오지 않는다. 유소년 축구야말로 스타를 키워나가는 가장 정직한 과정이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꼬마들의 앙증맞은 풋축구도 재미없을 수 없다. 눈 여겨 봄직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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