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투명한 이슬에 흰빛이 더해지는 계절, 백로(白露;7일) 절기에 접어들었다. 하얀 이슬(백로)은 서리를 예고하는 전령이다.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돌아간다는 때이니 서리 내리는 가을이 코앞에 온 거다. 절기는 못 속인다더니 아침저녁으론 제법 서늘하고 한낮 햇살은 따끔따끔하다. 오곡과 뭇 과일은 여물고 익어간다.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천석을 늘린다’는 기상 속담은 이 무렵에 알맞게 비가 내리면 농사에 좋다는 말이다. 요 며칠 사이 비가 질금거렸으매 풍년은 예고된 셈인가.
이맘때를 포도순절(葡萄旬節)이라고 한다. 포도가 농익는 시기라 해서 얻게 된 백로 절기의 딴 이름인데, 백로에서부터 추석까지의 한 열흘 정도를 멋스럽게 일컫는 옛말이다. 이름이 헛되지 않은 건지 영천 등지 포도 주산지에선 잘 익은 포도가 한창 출하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과일마다 제철이 따로 있다. 중복 무렵엔 참외, 말복엔 수박, 처서엔 복숭아… 하나같이 우리 경북도 여러 시군이 그 주산지들이다,
지난여름 기온이 너무 높고 비조차 귀했던지라 과일 품질이 안 좋은가 보다. 하지만 포도만큼은 작황이 나쁘지 않은데다 외려 당도(糖度)가 아주 높다고 한다. 지금 시중엔 포도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한 여름 폭염 속에서 농부님들이 한 송이 한 송이를 꼼꼼히 보살펴 키워낸 땀의 결정체들이다. 명절도 닥쳤으니 제철 포도 한 두 상자씩 사다가 온 가족이 정을 나누고, 농부들이 흘린 땀에 보답도 하는 넉넉한 포도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로부터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여겼던 포도인 만큼 이 시대의 최대 화두인 출산 친화적 분위기에도 어울리는 과일이 또한 포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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