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섬 뺀질이들
  • 김용언
울릉섬 뺀질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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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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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사랑과 게으름을 노래 부르자/ 그 밖에 가질 것은 없느니라// 많은 나라에 살아봤지만/ 사는 데는 그것밖에 없느니라.” E.L.파운드의 ‘不道德’에 맞세울 만한 구약성경 구절은 전도서 10장 18절이다. “게으른즉 서까래가 퇴락하고 손이 풀어진즉 집이 새느니라.”
속된 말로 쉽게 말하면 ‘농뗑이’에 대한 경고인 것 같다.  시쳇말로 ‘잔머리’를 굴려가며 할일을 피해가는 사람을 ‘뺀질이’라고 부른다. 촌수를 가리면 농뗑이와는 4촌쯤 될 게다. 우리말을 살펴보면 뺀질이 표현법이 재미있게 많다. ‘빈둥빈둥-밴둥밴둥-뺀둥뺀둥’이 한 축을 이룬다. ‘빈들빈들-밴들밴들-뺀들뺀들’이 또 일군을 이룬다. ‘반질반질’ ‘빤질빤질’도 있다. 더 있지만 이쯤에서 접겠다. 마치 물위를 잽싸게 달리는 ‘소금쟁이’ 세계의 언어같기만 하다.

‘물폭탄’을 맞은 울릉섬 복구에 민·관·군이 구슬땀을 흘렸다. 졸지에 난민 신세가 된 피해주민들이 내집 안방에서 추석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손들이다. 그런가 하면 남들이 땀흘리는 그 시간에 술판을 벌이고 스크린 골프를 즐긴 뺀질이들도 있었다. 부군수와 군청간부들, 그리고 일부 공무원들이다. 배운대로 표현하면 울릉섬의 베짱이들인 셈이다. 지난 3일 새벽엔 큰비가 또 한 차례 쏟아졌다. 또다른 태풍 피해가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 군청 상황실은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불이라도 켜놓은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울릉도 일부 공무원들이 최근 죽 쑨 얘기들이다. 공무원들의 나사풀린 근무 기강을 살피려면 울릉군청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판이다.
울릉군은 폭우 피해액을 108건에 56억원으로 잡았다. 이를 복구하려면 207억3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너진 피암터널 복구에만도 62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술판 벌이고 스크린 골프 즐긴 공직자들을 생각하면 그 돈 조달해주고 싶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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