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교 여고생 기숙사 성범죄 무방비
  • 김홍철기자
경북 고교 여고생 기숙사 성범죄 무방비
  • 김홍철기자
  • 승인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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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학교 방범시스템 없어… 사감도 근무 안해

[경북도민일보 = 김홍철기자]  여고생 기숙사에 방범시스템이 없거나 사감이 근무하지 않아 성범죄, 화재 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새벽 2시 20분께 괴한이 침입해 기숙사에서 자던 여고생 2명을 성추행한 경북 구미 모 여고에는 외곽에 방범시스템(무인경비)이 없고 실내에만 있다.
 그러나 실내 방범시스템은 주간에만 작동하고 야간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주간에 여고생들이 기숙사를 비워 절도범 등 외부인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이고, 야간에는 새벽 2시까지 학생들이 공부를 해서 실내 방범시스템을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숙사 건물 밖에 방범시스템을 설치해 달라고 사감과 학부형이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학교 측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번 괴한 침입사건 후에도 방범시스템을 설치하는 대신 칼로도 찢어지지 않는 방충망을 설치한다는 방침을 세워 엉뚱한 대응책이란 지적을 받고있다.
 칠곡군 모 남녀공학 고교 기숙사에서는 지난해 남학생이 야간에 여학생 기숙사 방에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해 해당 남학생이 퇴사 조치를 당했다.
 구미 한 남녀공학 고교에서는 3개월전 남학생이 새벽에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 들어오는 소동이 벌어져 뒤늦게 방범시스템을 설치하기도 했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기숙사가 있는 도내 여고 및 남녀공학 고교 96개 중 21개 학교에 방범시스템이 없다.
 방범시스템이 있는 75개 학교 중에는 내부에만 설치하고 외곽에는 설치하지 않거나 출입문에만 단 학교도 많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방범시스템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학교장 재량으로 학교 운영비로 지출해야 한다”며 “여고와 남녀공학 고교 기숙사에는 반드시 내외곽 방범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청도 모 고교 기숙사에는 화재경보기조차 없는 실정이다.

 기숙사 학생들을 보호하는 사감 근무시간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감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2시간 근무한다.
 그러나 학교 측은 새벽 1~6시에는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즉 7시간만 근무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루 8시간 이상 또는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면 교육부 보수방침에 따라 사감이 받는 월급(기본급+수당) 110만~150만 원보다 훨씬 많이 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교 측은 새벽 1~6시를 휴게시간으로 정해 사감에게 귀가하지 말고 기숙사에서 취침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대기하고 있으나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구미 모 여고에 괴한이 침입한 시간은 새벽 2시 20분이라서 사감 책임은 전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사감은 괴한 침입 때 경찰에 신고하고 기숙사 1층에서 놀라 뛰쳐나온 학생들을 보호하며 사실상 근무를 했다.
 기숙사 학생이 100명일 경우 사감 1명이 배치되지만, 이마저도 명확한 규정이 없어 100명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주 모 여고에는 250명이 넘는 학생을 사감 1명이 맡고 있어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재학생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북외국어고교의 경우 사감시스템이 가장 잘 돼 있다고 하지만 학생 375명에 사감 3명이 3교대 근무를 한다. 사감 1인당 학생 수는 100명을 넘는다.
 응급환자 발생 때 사감이 환자를 데리고 병원에 동행하면 밤새 기숙사는 관리·감독자가 없는 상태이다.
 또 도내 모 여고생이 기숙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지만 사감은 신속하게 대처할 수가 없었다.
 사고와 사건 때 대처하는 방법과 관련한 연수를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사감은 “화재·지진·범죄 등 상황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며 “대형사고와 룸메이트 갈등에 대한 사감 연수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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