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탈춤축제
  • 정재모
안동탈춤축제
  • 정재모
  • 승인 201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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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해인사 팔만대장경, 중의 바라경, 봉사의 안경, 약국의 길경, 처녀의 월경, 머슴의 새경…’ 하회별신굿탈놀이 10과장 중 양반·선비 마당에서 등장인물 초랭이가 주워섬기는 ‘6경’이다. 너무도 유명하고 재미있는 양반·선비과장의 한 대목이거니와 하인 초랭이가 양반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들추어내고 해학적으로 능멸하는 장면에서 뱉어내는 말장난이다. 시경 서경 역경만 경인가. 조선시대 하층민의 삶엔 ‘바라경 월경 새경…’도 있었던 거다.
‘팔서육경’은 근엄한 유교 경전의 사서삼경을 잡아 비튼 언어의 유희다. 소위 양반과 선비를 욕보이는 하층민들의 비웃음이다. 일러 정력제라 할 황소 불알을 팔려고 나온 백정은 그걸 사려는 욕망의 노예 양반들을 조롱한다. 요염한 여인의 고운 자태 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 없이 욕정의 덩어리일 뿐인 파계승을 놀리는 과장도 볼만하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마당 마당이 하나같이 재미있다.

하회탈춤, 병산탈춤 같은 안동지방의 탈춤은 이제 가위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탈춤은 탈을 쓰고 춤만 추는 게 아니라 대사가 있고 등장인물의 연기가 있는 연극이다. 탈춤은 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가면극이다. 하층민이 양반을 능멸하고 농락하는 오락, 탈춤의 본질은 풍자다. 그리고 그 목적은 억눌려 사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소다. 그 엄격한 신분제 사회, 유교의 고장에서 이런 가면극이 발달했다는 게 신기하다. 양반 선비들이 이런 스트레스 해소를 허용했다는 건 더더욱 의아하다.
유교의 고장, 양반 선비의 고을 안동에선 지금 ‘팔서육경’이 펼쳐지고 있다. 웃음과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세계 곳곳의 가면극들의 향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2016이 지난달 30일 개막돼 오는 9일까지 열린다. 다양한 가면극과 함께 국보 제121호인 하회탈 9점과 함께 주지탈 2점, 병산탈 2점의 특별전시도 안동민속박물관에서 열린다. 1964년 국보로 지정 된 이후 52년 만의 친정나들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안동의 해학넘치는 탈춤들과 전통 탈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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