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그적 경마장
  • 김용언
뭉그적 경마장
  • 김용언
  • 승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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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옛 중국 제환공(齊桓公)의 고죽(孤竹) 정벌전 때 얘기다. 싸움은 쉽지 않아  봄이 가고 겨울이 되돌아오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지리에 밝지못해 길까지 잃었다.  늙은말의 지혜를 빌리자는 재상 관중(管仲)의 진언대로 늙은 말을 풀어주고는 그 뒤를 따라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란 말이 이래서 생겼다. 노마식도(老馬識途)라고도 한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뜻이다.
이렇듯 옛날엔 말만큼 중요한 무기도 없었다. 출중한 무예로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명장들은 저마다 애마 한 마리씩은 가지고 있었다. 관운장의 적토마 같은  것들이 천리마로 일컬어지던 명마의 전형이다. 항우는 오추마 위에서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는다”는 노래를 마지막으로 남기며 우미인과 헤어진다. 명장과 명마에 얽힌 얘기의 한 토막이다.

경마에선 말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야 ‘작품’이 나온다. 영화 벤허에 나오는 마차경기의 명장면이 좋은 일례다. 변영로의 ‘말과 타는 사람’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말과 타는 사람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말도 양마이어야 하겠지만, 타는 사람 또한 명인이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경마로 보더라도 말은 좋으나 자키(騎手란 말을 피하여 영어로 대용함)가 시원치 않다든지 자키는 훌륭하나 말이 부실하다면 그 결과는 두고 볼 것도 없다.”
영천에 들어선다는 ‘말 테마공원’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뭉그적거린다. 지난 2009년 터를 잡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만한 진전이 없다. 개장 시기는 2019년으로 미뤄졌고 경마장 규모는 잘려나간 채 줄어들고만 있다. 당초 3057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마사회가 한 일이라곤 설계공모 당선작을 뽑은 것뿐이라고 한다. 때문에 마사회를 바라보는 눈길들이 곱지않다. 마사회의 경마장 건립 의지를 의심하는 눈초리들이다. 왜 마사회의 마음이 바뀐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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