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송사리 떼가/ 말라붙은 /봇도랑// 쫓긴 개구리등에 햇볕이 맴을 돌면// 파닥이는 풀섶에서 /하루해가 멀다// 한낮의 /농부들의 우울한 이야기가 / 비끼어 가는 그늘 따라 졸고 있는데 // 매아미는 차라리 / 아리히는 가슴/ …// 웅덩이에는 / 아직 /물이 고이질 않았다.” <남구봉 / 가뭄>
어느 해엔가 가뭄이 극심해 겪었던 고통이 눈앞에 펼져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詩)다. 물 있는 냇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게 송사리 아닌가. 그 송사리가 봇도랑에 말라붙을 지경이면 그 앞에선 마른 침도 삼키기가 미안해 질것만 같다. 가뭄의 참상을 가장 쉽게 실감할 수 있는 곳은 저수지·댐 바닥이다. 마치 거북이 등처럼 말라붙어 쩍쩍 갈라터진 저수지 바닥 사진은 보도사진으로는 효과 만점인 것 같다.
저수지엔 물이 찰랑거려야 제맛이다. 여기에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이 보여야 ‘그림’이 된다. 저수지에 물이 찼으니 댐이라고 메마른 상태일리는 없다. 댐 또한 물이 풍족해서 배가 뜨고 가을 바람이 부채질해주는 풍경이라야 제맛이 난다. 그러나 이건 자연 풍경일뿐이다. 비오는 날의 정치판은 더욱 우중충해 보이기만 한다. 정치판은 언제나 저렇게 우거지상이고 살벌하기만 해야 하는가. 정치인들도 저수지 바람 좀 쐬고 와 판을 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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