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엿풍기홍삼액’ 소매가 불구속감일까
  • 정재모
‘물엿풍기홍삼액’ 소매가 불구속감일까
  • 정재모
  • 승인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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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풍기인삼’이란 이름으로 소비자를 속여 돈벌이를 해온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영주경찰서는 최근 물엿과 중국산 한약재를 섞은 물질을 풍기홍삼 농축액으로 속여 대량 판매해온 40대 가공업자를 구속했다. 또 그에게서 가짜를 떼어다 소비자들에겐 풍기인삼으로 만든 홍삼 농축액이라며 팔아온 소매상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풍기인삼의 명성을 지키며 지역에서 인삼농사를 짓고 가공품을 정직하게 만들어온 사람들로서는 그야말로 기도 안찰 노릇이다. ‘풍기인삼’ 명성과 이미지 추락 걱정에 눈앞이 캄캄해질 일이다.
경찰에 구속된 가짜 홍삼농축액 제조 주범은 지난 2012년 5월경 영주시 풍기읍내에 홍삼가공업체를 차려 올해 6월까지 운영했다. 그러면서 물엿 50~80%에 중국산 숙지황과 영지버섯 추출액을 섞어 ‘6년근 국내산 홍삼 100% 농축액’이라며 시중에 공급했다. 진짜 홍삼농축액은 10~20% 밖에 안 넣었다고 한다. 인삼의 맛과 향으로 위장하기 위해 중국산 한약재들을 섞은 탓일까. 많은 소비자들이 속았다. 4년여 동안 악덕 제품 판매액이 5억원에 이른다. 가공업체를 풍기에다 차렸으니 ‘풍기인삼’이라고 했을 것이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풍기인삼 추출액인 줄 알고 사먹은 5억원어치가 물엿이었던 셈이다. 용기에 따라 1병당 4만원에서 25만원까지 받아 챙겼다고 한다. 물엿 값은 아마도 1병당 기껏 기백 기천원에 불과했을 거다. 한 악덕업체의 일이지만 지역 특산물 브랜드 가치에 입힐 타격이 그 얼마이겠는가.
풍기인삼은 영주시 풍기읍을 중심으로 봉화, 영양, 상주 등 경북 북부지역 1400여 농가가 소백산 자락 1180여㏊에서 재배하고 있다. 지역에는 700여점포가 백삼, 태극삼, 홍삼, 흑삼 같은 각종 인삼제조업과 분말, 농축, 차, 음료제품 생산 가공업을 영위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연간 2000여억원이라고 한다. 이중 풍기읍 등 영주지역의 홍삼추출액 제조업체는 142개소다. 풍기인삼의 현주소가 이런 터에 이들이 일부 악덕업자들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게 생겼다. 가짜 ‘풍기홍삼엑기스’ 사건을 보는 인삼농가와 착한 가게들은 자신의 생업을 도둑맞은 기분이 아닐 수 없다. 얼마나 자랑하고 가꾸어온 풍기인삼 이름일 것인가. 

가짜품 가공업자도 그렇지만 적발된 소매업자들 또한 악덕업자이긴 마찬가지다. 경찰이 불구속 입건한 가짜 홍삼농축액 소매업자들은 제품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판매가격의 절반쯤에 공급을 받아 팔았다고 한다. 가공품 생산자의 악덕보다 가벼울 바가 조금도 없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들은 불구속 입건을 했다고 한다. 지역 특산물 명성에 먹칠을 하고, 농가와 다수 가공 판매업자들에게 끼치게 될 피해를 생각하면 그들 또한 엄벌해 마땅한 일이 아닐까. 풍기인삼 제품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행위는 풍기인삼 이름을 지켜온 지역민들 생각으로는 구속수사도 유부족일 거다.
특정 지역의 인기 있는 특산물에는 언제나 짝퉁이 달라붙게 마련이다. 이것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특산물 생산자와 그 이웃, 그리고 동종 업계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풍기홍삼농축액 가짜 사건을 보면서 의아해지는 점이 있다. 어떻게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들키지 않고 소비자를 속일 수 있었을까 하는 거다. 한자리서 4년 넘도록 가짜 상품을 만들고 거래를 했는데도 주변에서 깜깜할 수 있었나 싶다. 더구나 소매업자가 한둘도 아니게 관련돼 있었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이런 지역 특산품 브랜드에 피해를 안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삼농가, 가공업자, 소매상 모두가 감시자가 돼야 한다. 눈 부릅뜨고 꾸준하게 가짜 출현을 살피고 고발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겠다. 업계가 자경대라도 조직하여 스스로 풍기인삼을 지키기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지자체에서는 지역의 소규모 업자들을 주주로 엮어 규모가 큰 인삼가공업체를 설립해 직접 운영하는 걸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본다. KGC한국인삼공사가 ‘정관장’이란 브랜드로 인삼제품의 신뢰를 비교적 잘 구축하고 있는 게 시사점이 될 수 있다. ‘풍기인삼지방공사’ 설립 운영 같은 방안도 연구해볼 만하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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