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 정재모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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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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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한라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다는 것 말고도 내세울 만한 것이 많다. 국내 딴 데서는 볼 수 없는 칼데라(화산의 원형 함몰) 호수인 백록담을 먼저 드는 사람도 있겠다. 겨울철 산록을 뒤덮는 설경을 꼽을 사람도 있으리라. 개인적으로 한라산의 가장 큰 보물은 구상나무라고 생각한다. 산 전체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구상나무 군락지는 한라산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다. 키가 별로 크지 않은 나무의 침엽(針葉)에 겨울날 어느 순간 일제히 피어나는 상고대는 보석보다 더 영롱하다.
구상나무는 한국의 고유종이다. 영어 이름도 ‘코리안 퍼(Korean fir;한국의 전나무란 뜻)’다. 키가 별로 크지 않고 수형이 빼어난 늘푸른 침엽수로, 정원수로는 최고급에 속한다. 지리산과 덕유산에도 분포하지만 대규모 서식지는 한라산이다. 1907년경 당대 손꼽히는 식물분류학자인 미국 하버드대 어네스트 헨리 윌슨 교수가 제주도에 와서 발견하고 학계에 알린 나무다. 제주도 사람들이 이 나무를 ‘쿠살낭’이라 했다. ‘쿠살’은 성게의 가시를 이르는 제주 방언이며, ‘낭’은 나무의 고어 ‘남긔’란다. 제주 ‘쿠살낭’이 음운변화를 거쳐 ‘구상나무’가 됐다는 거다.

주목(朱木) 전나무 등과 구상나무는 아주 닮아 헷갈려 하는 이가 많다. 나무에 웬만큼의 지식을 가졌다 해도 구별을 잘 못하거나 동일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식지 또한 이 세 가지 나무가 거의 겹치고 있기도 하다. 흔히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장수목으로 알려진 주목은 구상나무 전나무와는 달리 솔방울이 달리지 않는다. 그래서 소나무과가 아닌 주목과(科)다. 풍경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지리산 장터목과 덕유산 향적봉 일대의 고사목 지대가 곧 주목이 죽어 마른 곳이다. 소백산에도 서식한다. 전나무는 잎의 끝이 이 세 가지 나무 중 가장 날카롭다.
소백산에서 구상나무 군락이 발견됐다. 소백산국립공원 남동사면에 100여 그루가 자생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거다. 그동안 분비나무로 오인하고 있던 구상나무 군락이 소백산에서 확인됨에 따라 이 나무의 북방한계선을 기존 속리산에서 72km 북쪽으로 올려 잡게 됐단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방세계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가 높다는 수형 예쁜 구상나무가 경북 내륙 소백산에도 군락을 이뤄 자생한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소백산 자원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구상나무, 잘 보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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