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발길따라 한 첩의 화폭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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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발길따라 한 첩의 화폭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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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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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유적여행 - 안동시 도산면 `왕모산성과 갈선대’
 
 
퇴계선생의 시상을 낳은 왕모산과 갈선대가 낙동강과 한폭의 그림을 그리면서 세월을 잊은 채 유유히 흐르고 있다.
 
 
 
 
 
 퇴계의 흔적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안동시 도산면이다.
 도산면 온혜리에는 퇴계가 태어난 퇴계태실이, 토계리엔 퇴계가 머물렀던 퇴계종택이, 하계리엔 퇴계묘소가 있다.
 그리고 원천리에 있는 이육사문학관도 퇴계와 인연이 있다. 육사는 퇴계의 14대손. 강직한 저항성으로 알려진 그의 문학적 기질도 퇴계의 학통에서 나왔다 할 수 있다.
 퇴계가 평생 학문을 닦던 작은 서당이 사후 증축되어 지금의 도산서원이 되었다.
 도산면은 면단위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와 유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게다.
 왕모산성(王母山城)과 갈선대(葛仙臺)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곳은 안동사람조차도 잘 모르는 도산서원과 아주 가까운 왕모산 자락에 있는 성이요, 자연 전망대다.
 
 #  산 속 병풍같은 자태의 `왕모산성’
 해발 853m의 왕모산에 있으며 1361년 공민왕 10년이 축성된 산성.
 축성의 길이는 360m이고, 높이는 1.8~2.5m이다.
 홍건적 침입시 이 마을 주민들이 공민왕을 위해 축조했다고 한다.
 왕모산성과 갈선대는 조선 최고 유학자 퇴계 이황을 모셔놓은 도산서원의 앞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이 낳은 산과 절벽 명소다.
 퇴계 선생은 많은 시상을 이 곳에서 찾았으며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이 곳을 자주 찾았다 한다.
 퇴계 종택에서 이육사 생가로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 원천동을 지나면 좌측은 단천(丹川)이고, 우측은 천사(川沙)이다.
 단천은 단사(丹砂)라고도 했다. 지명처럼 온통 붉은 흙이 마을 지천에 깔려 있다.
 왕모산은 청량산의 동생 같은 느낌을 주는 산으로 낙동강을 끼고 있고 경치도 가히 절경이다.
 도산서원을 지나 원천동 고개를 넘으면 한 눈에 강을 낀 소담한 마을이 보인다. 마을 앞 강변이 청량산으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선인들은 여기서부터 청량산 산행을 시작했다.
 그 길은 천사-단사-매내-올미재-가사리-너분들-청량산으로 이어지는 강변길이다.  
 그 가운데 매내-올미재-가사리 지역은 무인지경의 협곡으로 지금도 예전의 강변길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퇴계는 이 길을 `그림 속’이라 했고, 자신은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안동문화 1번지인 `예뎐길’을 따라 청량산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예뎐길 초입에는 야영장으로 변모한 도산초등학교가 있다. 도산초등학교를 지나면 동남쪽으로 병풍 같은 단애가 나타나고, 그 단애를 낀 산을 오르면 지금도 형태가 뚜렷한 `왕모산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서 왕은 고려의 공민왕이고 왕모는 왕의 어머니다. 안동으로 몽진을 온 공민왕이 이 산에 어머니를 피신시켰던 것이다. 안내판을 따라 등산로가 다듬어진 가파른 산길을 올라보면 천혜의 요새가 따로 없다.
 뒤로는 험준한 산이 있고 앞은 사방이 트여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강과 단애로 막혀 있어 마치 단종이 유폐된 청령포를 연상케 한다.
 어제 쌓은 듯, 완연한 산성의 모습을 뒤로하고 조금 더 나아가니 아늑한 뒤편에 뜻밖에 조그만 집이 있다.
 바로 왕의 어머니가 거처하던`왕모당王母堂’이다. 당 안에는 2개의 목각 인형이 모셔져 있고 사방에 금줄이 처져 있다.
 목각인형은 왕과 왕모의 형상이며, 금줄은 이 곳 주민들이 당제를 지내고 남긴 추모의식의 한 단면이다.
 공민왕의 안동몽진은 청량산 일대 주민들에겐 신화가 돼 버린 `왕모당’과 가송리의 `공민왕당’, `공주당’에는 6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년 추모의식이 계속되고 있다.
 
 # 퇴계선생이 반한 자연전망대 `갈선대’
 왕모당을 지나 다시 얼마간 올라가니 `갈선대’라는 간판과 더불어 깍아지른듯한 수직암벽이 나타난다.
 이 곳 역시 퇴계 선생이 반한 자연전망대다.
 갈선대가 위치한 공간이 협소한데다 발 아래가 까마득한 탓에 현기증이 나서 잠시도 있기가 어렵다. 조심조심 엎드려 오르니 도산 9곡의 제7곡인 단사곡(丹砂曲)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갈선대를 이 마을 주민들은 칼처럼 말카롭게 섰다고 칼선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육사는 젊은 시절 고향마을과 가까운 갈선대에 올라 절정이란 시의 시상을 가다듬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퇴계 선생이 자주 올라 시작을 하기도 하고 읊기도 하셨다니 왕모산성과 갈선대의 아름다움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번 가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는 곳이 갈선대라고 했다.  누가 지은 시인지 알 수 없으나 갈선대를 올라 감격스러운 마음에 적은 한시를 한글로 적었다.
 
      단사 남 벽 갈선대, 겹겹 구름 산 시냇물 구비,
      신선들이 이를 본다면,
      땔나무와 샘물을 구하려고 신령님께 빌었으리.
 
 `흥이 일어난다면 혼자도 갈 수 있는 갈선대’라고 말한 퇴계선생은 이 능선의 경치를 감상하며 갈선대를 거쳐 청량산으로 홀로 걸어갔을 터이다. 그 고독을 누가 알랴!
갈선대에 올라 서면 마치 하회마을이나 회룡포를 보는 듯 황홀하다.
 여기가 신선들이 노는 세상의 자연인가 착각이 인다.
 갈선대를 내려 오면서 장장 1km에 달하는 바위 병풍의 단사협을 지난다. 누가 억겁의 세월을 생각할 수 있으랴마는, 원시 지구의 용솟음치는 거대한 물길은 소를 만들고, 못을 만들고, 내를 만들고, 아름다운 협곡을 만들었다.
 
 인근에는 각종 유적지와 문화재가 널려 있다.
 퇴계 종택, 퇴계퇴실, 퇴계 묘소, 도산서원, 농암 유적지, 애일당, 분간서원, 번남댁, 월천서당 등 수 많은 문화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
 그리고 문화 유적은 아니나 안동예절학교, 산림과학박물관, 한국국학진흥원, 이육사문확관, 청량산 도립공원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강동진기자·안동/권재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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