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새누리당을 탈당키로 했다. 정 부의장은 “당 분열 수습을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친박계 핵심의 한 사람이다. 정 부의장의 탈당은 이정현 전 대표에 이은 두 번째 탈당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을 계기로 둘로 쪼개졌다. ‘친박’이 당에 잔류했고, 비주류 ‘비박’ 대부분이 당을 떠나 개혁보수신당(가칭)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친박당’이라는 이미지가 더 굳어졌다. 새누리당이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은 ‘친박당’을 쇄신하기 위한 것이다.
인 비대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친박 축출’에 나섰다. 친박을 향해 “일본 같으면 할복했다”고 일갈했다. 박 대통령 탄핵에 친박이 자기 배를 가를 정도로 책임을 느껴야한다는 것이다. “친박 핵심들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야한다”고 했다. ‘친박’ 중에서도 이정현·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 타깃이다.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 요구대로 당을 떠났지만 서·최 의원은 반발했다. 최 의원은 “죽을 때까지 당을 지키겠다”고 했다. 서 의원 또한 “인 비대위원장 말씀은 성직자로서나  공당 대표로서 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반발하고 “내 거취는 내가 정한다”고 탈당을 거부했다. 인 위원장은 다시 “악성종양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면서 “핵(核)만 제거하면 악성종양이 번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정갑윤 부의장의 새누리당 탈당은 이런 충돌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인 위원장의 ‘친박 핵심’ 자진 탈당 요구는 법적으로 뒷받침되는 주장은 아니다. 비대위원장이 당원이나 소속 의원을 윤리위원회 의결도 없이 나가라 말라 할 권한은 없다. 인 위원장 주장은 정치적 요구에 해당된다. 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 상황에 맞닥뜨린 새누리당을 쇄신하려면 ‘혁명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인 위원장 판단이다.
‘죽어야 산다’는 말이 있다. 지금 새누리당 처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박 대통령 탄핵과 최순실 게이트에 새누리당과 소속의원들이 무관할 수 있지만 ‘정당’은 법적인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까지 책임져야하는 조직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 당했다면 누군가 함께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하는 게 정상이다. 이정현 전 대표가 자진 탈당한 것은 그런 차원이다.
새누리당은 리모델링되어야 한다. 그런데 당 중심을 ‘친박 핵심’들이 차지하고 있다.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조원진· 윤상현· 김진태 의원 등이 상징적이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강성 발언으로 여론을 악화시켰고, 지나친 ‘충성’으로 당의 정체성을 해친 의원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은 새누리당이 변화할 수 있도록 앞길을 열어주는 게 옳다. 자기 발로 당을 떠나기 어렵겠지만 당을 떠난 뒤 ‘친정’이 잘 된다면 출가한 처지에서 얼마나 다행인가. ‘친박 핵심’들은 이정현· 정갑윤 의원처럼 당을 살리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