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수혁이가 짝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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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수혁이가 짝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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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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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이반 아이들
▲ 서가숙 작가

 2. 새짝꿍

 

“새로 전학 온 친구입니다. 사이좋게 지내요. 어디 빈자리가……”
선생님은 전학 온 여자 아이에게 짝꿍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선생님, 수혁이가 짝이 없어요.”
드디어 수혁이에게 짝이 생겼습니다. 수혁이의 표정이 겉으로는 시큰둥했지만 속으로는 기뻐서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습니다.
즐거운 생활 시간에 준비물이 물감과 크레파스 그리고 붓과 색연필이 필요한데 주은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수혁이가 힐끔 보더니
“내꺼 써.”
“고마워. 아껴 쓸게.”
고맙다는 짝의 말에 수혁은 너무 기뻤습니다.
주은은 그림을 잘 그리고 색칠도 예쁘게 했습니다.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수혁이의 그림을 보더니
“내가 조금 도와줄까? 준비물을 빌려준 게 고마워서……”
“그러던지……”
다음날 아침 등교했을 때, 수혁은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와, 내 이름이 적힌 그림은 처음 본다.”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이나 그림이 뒤의 게시판에 붙여진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늘 그림에 낙서를 해서 보기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했습니다.
주은은 줄넘기를 잘 못해서 자꾸 발에 줄이 걸렸습니다.
수혁이가 짝인 주은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줄을 천천히 돌리고 빠르게 넘어 봐. 어렵지 않아.”
반 친구들이 모두 수혁을 보며 수군거렸습니다.
“줄넘기를 뺏으려고 하는 건 아닌 거 같아.”
“전학 왔다고 친절하게 하는 걸 거야. 곧 본색이 드러나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은이가 너무 불쌍해.”
국어 시간에 받아쓰기 시험을 쳤습니다.
주은은 선생님이 불러주신 단어를 또박또박 적었습니다.
옆을 보더니 수혁이가 보게끔 주은이가 공책을 슬쩍 밀어줍니다.
‘수혁아, 보고 적어.’
그날 저녁, 수혁이네 집에서는 잔치 분위기였습니다.
“세상에, 수혁이가 받아쓰기를 80점이나 받았구나.”
“게시판에 수혁이가 그린 그림도 붙여져 있다더니 사실이었어요.”
어머니의 칭찬이 부담스러웠지만 수혁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등교를 하면 현관 앞에서 딱지를 하는 게 습관이었지만, 이제는 그 보다 교실에 가서 짝꿍인 주은을 보는 게 더 좋았습니다.
“오늘 배울 수학인데 내가 미리 좀 가르쳐줄까?”
“수학은 잘 못하는데……”
숫자만 보면 머리가 아프고 눈이 어지러워서 수학시간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못하는 자신에게 주은은 매일 아침마다 받아쓰기와 수학을 가르쳐줘서 학교 오는 게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시 설명해 줄 테니 모르면 모른다고 해 줘.”
수혁에게 있어 주은은 분명 천사였습니다.
국어도 수학도 음악도 그림도 주은이가 칭찬만 해주면 뭐든지 쉽고 잘할 수가 있었습니다.
주은이가 언제까지나 자신의 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7월의 진단평가 시험에서 주은과 수혁이가 나란히 1등을 하였습니다.
“수혁이가 컨닝 한 게 틀림없어.”
친구들이 처음에는 수혁을 의심했지만 시험 칠 때 책상이 조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주은이의 시험지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혁의 집에서는 친척을 초대하여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우리 수혁이가 1등을 했대요.”
“요즘 매일 늦게까지 공부하더니 결국 1등 했어요.”
“종가집 종손이라 뭔가 다르구나.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봐라. 다 사줄게.”
개구쟁이라고 놀림 받던 수혁은 친척의 칭찬을 받자 꿈만 같았습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해.”
방학이 되자 수혁은 매일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사실 책을 읽는 것 보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과 간식을 주은과 나눠 먹는 게 더 좋았던 것입니다.
“개학하면 방과 후 수업을 같이 배우자. 미술이나 바둑도 좋고 바이올린도 괜찮고…… 갑자기 배우고 싶은 게 많아졌어.”
수혁은 무엇을 배우고 싶다기보다 주은과 좀 더 오래도록 지내고 싶어서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했습니다.
개학 하던 날, 주은은 결석을 했습니다.
“무슨 일이지? 어디가 아픈가?”
수혁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지만 주은은 받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불안하고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다음날도 주은은 결석을 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반 주은이가 어제 전학을 갔습니다.
갑자기 가게 되어 여러분에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수혁은 벼락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주은이 보는 재미로 학교에 왔는데……’
수혁은 비어있는 옆자리가 허전하고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하루가 지루하고 짜증나고 귀찮아지고 울고 싶어졌습니다.
친구가 지나가다가 부딪치자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친구를 때리고 말리는 친구도 때려서 선생님까지 오셨습니다.
“어째 좀 조용하나 싶었다. 왜 싸웠어?”
“몰라요.”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서 눈앞이 흐릿해졌습니다.
아프다는 핑계로 이틀을 결석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픈데 보여줄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을 해야지.”
엄마의 물음에 대답 대신 자꾸 눈물만 나왔습니다.
수혁이 어머니께서 학교에 가셔서 선생님께 상담하고 왔습니다.
“주은이가 전학 갔다며? 그래서 아픈 거야?”
어머니는 수혁이의 이유 없는 병에 웃음까지 보였습니다.
“우리 왕자님, 언제 이리 컸나? 주은이 어디 있는지 아는데.”
“주은이…… 어디로 전학 갔대요?”
“직접 물어보던지.”
“전화를 안 받아요.”
“바뀐 번호 가르쳐주면 내일 학교 갈 거지?”
다음날, 수혁은 제일 먼저 학교에 갔습니다.
하루 종일 싱글벙글 신이 나서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뭐 좋은 일 있어?”
“비밀이야. 누구도 알면 안 되는 나만의 비밀.”
수혁은 모르는 사람이 비밀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묻지 않은 얘기까지 다 말하고 싶을 만큼 입이 근질거려서 웃기만 했습니다.
“수혁아, 다음 주에 우리 집에 놀러와.”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너무 즐겁고 신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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