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열차, 우린 모두 한쪽만 보고 있다
  • 정재모
탄핵열차, 우린 모두 한쪽만 보고 있다
  • 정재모
  • 승인 2017.0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방에서 들으면 자형(姉兄) 말이 옳고 부엌에서 들으면 누나 말이 맞는다는 속담이 새삼스럽다. 왕배덕배 싸운 뒤 헤어지느니 어쩌느니 난리가 난 부부 사이의 사람은 늘 난감하다. 누가 덜 그르고 어느 쪽이 더 옳은가를 판단해보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양쪽의 일방적인 말을 따로 들어보면 둘 다 수긍할 만한 데가 있으니 어떻게 사화(私和)를 붙여야 할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찬반 두 쪽으로 갈라진 지금의 나라와 다수 보통국민의 입장이 속담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탄핵소추를 결정하여 헌법재판소에 넘긴 국회 쪽 얘기만 들어보면 그들을 나무랄 수가 없다. 보통사람의 눈높이에서도 지저분하기가 짝이 없는 한 여인과 대통령이 오랜 인연을 이어온 건 그렇다 치자. 그에게 대통령 업무의 중요 부분까지 의지·위탁했다 하고 국정을 농락하는 것도 몰랐다고 하니 그를 뽑아준 국민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니 탄핵도 싸다고 할 만하다.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80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돈을 기업에게서 뜯어내는 데 대통령이 힘을 보탰다면 한시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게 하는 게 옳지 않느냐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주장은 너무나도 가당(可當)하다.
 더욱이 소추위원단을 비롯한 국회 쪽은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국민 80%가 탄핵 찬성이고 반대는 20% 안팎이라고 주장한다. 언론들도 100% 이구동성은 아니지만 거개가 비슷한 소리들을 내고 있다. 이런 말을 듣다보면 탄핵인용이 정의일 거라고 믿는 것을 조금도 나무랄 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부엌의 누이’에게도 경청할 만한 말은 있는 법이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주장을 보자.

 변호인단은 탄핵소추가 각하(却下)돼야 한다고 외친다. 탄핵소추 본안 심리를 하지 말고 심판청구 자체를 물리쳐버리라는 거다.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간단하다. 탄핵심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거다. 국회가 지난해 말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서 충분한 조사를 거치지 않았고 탄핵소추 사유를 하나씩 따지지 않고 일괄 처리함으로써 탄핵절차상 중대한 미비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감이 될 만한 반 헌법적 범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소추해야 하는 데 국회가 촛불에 쫓겨 허겁지겁 탄핵소추부터 해놓고 사후에 증거를 수집하겠다는 건 엉터리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잘못이 자리에서 끌어내릴 만큼 위중한 게 아니라는 거다.
 우리네 보통의 국민 대다수는 소추단과 피청구인 측 이런 주장의 옳고 그름을 똑부러지게 판단할 법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저 이말 저말 모두가 다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럴밖에 없다. 국회 탄핵소추단에 속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판검사 출신이다. 따라서 법률지식을 많이 가졌으리라고 생각되는 사람들 아닌가. 대통령 변호인 측 변호인들 또한 예사 사람들이 아니다. 헌재 재판관을 지낸 이도 있고 법원장을 거쳐 대한변호사협회장을 거친 베테랑 법조인도 들어있다. 그래서 최근 찬반집회에 나오는 사람 수도 엇비슷한 걸까.
 촛불이건 태극기건 우리는 지금 모두가 한쪽만 보면서 광장에 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쪽 말 들으면 이쪽이 옳아 보이고 저쪽 말을 들으면 그 또한 틀리지 않아 보이지만 애써 한쪽 말만 듣고 다른 쪽은 무시하려 한다. 이쪽저쪽이 다 조금씩 옳고 조금씩 그를  땐 어찌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중심의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이미 한 번 내린 선악판단은 비록 오류일지라도 고칠 생각이 없다. 다분히 감정적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헌법재판이 감정보다는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최소한 가져야 하고 또 갖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찬반으로 싸우는 헌법재판이란 게 불처럼 뜨겁고 감정적이어야 하는지 얼음처럼 차갑고 이성적인 게 온당한 건지에 대해선 가치 판단을 할 줄 안다.
 대통령탄핵 심판의 선고가 금명간 내려지게 된다. 관측자들은 이번 주 안에 결정이 나올 걸로 점치고 있다. 보통의 국민들은 이제 싫든 궂든 인용 아니면 기각 또는 각하라는 선고를 접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찬반집회에 나가기도 하고 비록 광장에 나가지 않았더라도 마음으로는 어느 한쪽 편을 들고 있었던 게 우리네 국민 입장이다. 하지만 곧 나올 헌재의 결론에 대해서만은 믿고 인정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게 성숙한 민주시민의 이성적 자세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